비대면 채널 구축에 주력하는 저축은행 업계의 체질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내세워 예·적금 상품에 고객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만큼 대출을 늘리려고 하니 부담 역시 따르고 있다. 대형 저축은행 중심으로는 자본시장 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시도도 관찰되고 있다.
◇ 높은 금리에 예금자 보호…솟구치는 인기
올해 상반기 말 전국 79개 저축은행 자산 총액은 약 83조원이다. 1년 전에 비해 5조4000억원 증가한 수치로 2014년 3월 이후 6년 넘게 커지고 있다. 중금리 시장 활성화 정책과 비대면 채널 구축으로 여·수신 규모가 꾸준히 팽창하고 있다.
대표적인 비대면 채널은 모바일 앱이다. 지난해 6월 사이다뱅크를 출시해 운영하고 있는 SBI저축은행 뿐만 아니라 웰컴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 상상인저축은행 등 국내 상위권 저축은행 대부분은 독자적 채널을 구축해놓은 상태다.
모바일 채널 구축이 자산을 확대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최근 웰컴저축은행과 상상인저축은행 등이 모바일 앱 채널 기반에서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선보였고, 해당 상품이 완판되면서 인지도 상승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SBI저축은행이 운영하는 모바일 앱 사이다뱅크의 올해 6월 말 현재 계좌수는 약 50만좌다. 전체 계좌수의 약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데,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1년3개월만에 거둔 기록치고는 상당하다는 평가가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와 비교해 많게는 1% 가량 차이가 나는 데다, 5000만원 한도에서 예금자보호 제도도 적용되기 때문에 안전하게 자금을 맡기려는 고객에겐 유용하다"고 말했다.
◇ 관건은 업무원가 줄이기
하지만 예·적금 금액이 증가한다는 것은 저축은행이 이자로 지출하는 비용이 늘어난다는 뜻이기때문에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 저축은행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저신용자·중소기업 대상 중금리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문제는 대출 시장이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중금리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는데 중금리 시장 역시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시장의 크기가 정해져 있다"며 "여신을 한도끝도없이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바꿔말하면 저축은행 간 금리경쟁이 있다는 것. 대출금리는 조달금리와 가산금리를 더해 산출한다. 저축은행은 예·적금으로 자금 대부분을 조달하기 때문에 현행 예·적금 금리를 유지하면서 대출금리를 내리려면 가산금리를 줄여야 한다.
가산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대출심사와 대출관리 등에 드는 업무원가다. 이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을 일정부분 자동화해 업무원가를 낮추면서 심사를 제대로 실시해 상환에 차질이 없도록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기존 채무자가 다중채무자로 전락하는 비중도 꾸준하게 높아지고 있다"면서 "저축은행 업계 고정이하여신비율이 4% 안팎으로 크게 문제되진 않지만, 신규 대출을 일단 자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 일부는 자본시장에 눈독
여기에 저축은행 부동산 PF 대출 충당금 적립 기준이 높아지고 국회에서 법정최고금리 인하 논의도 이어지고 있어 대출시장 환경이 점점 까다로워진다는 푸념도 따른다. '저축은행 성장에 제동이 걸리는 날이 올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많은 저축은행이 자본시장 문을 두드리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SBI·웰컴·OK·한국투자·페퍼저축은행 등 자산규모 상위 5개사의 올해 상반기 말 유가증권 자산은 총 8762억원으로 전년대비 51.2% 증가했다.
우량 종목을 발굴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2018년부터 자체 스타트업 육성채널을 운영하면서 투자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올해 상반기에는 약 38억원을 들여 토스혁신준비법인 지분 5%를 취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실물경제와 자본시장 간 괴리가 상당하다는 점을 들어 자본시장에 거품이 꼈다는 진단이 나오는 상황.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앱의 역할이 커지면 커질수록 개별 저축은행 뿐 아니라 업권 자체가 기존 체질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