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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예외없다]뒷북 안치려면 협업은 필수

  • 2020.12.15(화) 09:05

수사기관 땜질식 처방으로 대처
"통신·금융기관 등과 협력 중요"
일각에선 '책임 전가' 불만 제기

보이스피싱 수법은 나날이 진화한다. 수사기관은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한다. 이렇게 해서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소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수사기관은 통신·금융기관 협력을 통해 예방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금융기관에 보이스피싱 피해 배상의무를 지우는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일부 금융회사 관계자들은 '고객 부주의로 발생한 피해를 정작 금융기관이 배상하는 것 아니냐'라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금융기관 역시 보이스피싱 피해 줄이기에 관여해야 하는 당사자임에는 틀림없다. 최근에는 각종 최신 기술을 동원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이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 땜질식 처방 어쩔 수 없다?

대만 범죄조직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보이스피싱 범죄가 국내에 상륙한 것은 2006년이다. 중국인 억양이 섞인 어설픈 한국어로 사고가 났으니 입금을 하라는 식의 전화는 수사기관 관계자를 사칭하는 식으로 발전했고, 최근에는 대출을 권유하며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하기도 한다. 자녀라고 속인 뒤 각종 개인정보를 얻어 피해자 명의로 대출을 받는 경우도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 대부분 국내와 해외로 이원화돼있다. 총책과 콜센터 등이 해외에서 활동하고 계좌개설과 현금인출, 환전송금 등의 조직은 국내에서 움직이는 식이다. 2017년 12월 경찰은 제주도에서 빌라 2개동을 통째로 빌려 보이스피싱 콜센터를 운영하던 다국적 범죄조직을 검거했는데 이들은 중국과 베트남 등을 무대로 삼고 있었다.

국내에서 조직원 일부를 검거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점조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조직 전체의 실체를 파악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국 각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국내도 쉽지 않은데 해외에 거점을 둔 총책을 소탕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 등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기수 전남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는 "보이스피싱은 매번 새로운 변종수법이 등장하기 때문에 관련 수사가 매번 한발 늦을 수밖에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해외공조가 이뤄지면 수월하게 해결될 것 같지만 실상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 데다, 해외 수사 자체가 상당한 인력을 투입하지 않으면 진행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금융기관 한 곳을 집중적으로 노리는 경향이 있다. 특정 은행에서 수법이 드러나면 다른 은행으로 옮기고 그곳에서 또 드러나면 다른 곳에서 일어나는 식이다. 특정 금융기관이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내용이 알려지면 애먼 곳으로 불똥이 튈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수사기관 입장에선 예방책 마련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금융·통신기관과 협업해 연락 과정과 송금 절차를 까다롭게 만든다. 타인 명의 휴대전화 개설과 발신번호 변작, 대포통장 대여와 유통행위 등을 금지하는 식이다. 100만원 이상을 송금받으면 그 즉시 30분간 ATM 거래가 지연되는 지연인출제도를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금융기관 협력 없인 근절 어려워

최근 경기도 소재 중형 저축은행의 50대 고객은 보이스피싱 전화에 속아 3000만원을 모바일 앱을 통해 송금하려고 했다. 모바일 앱은 해당 거래를 이상거래로 탐지해 송금 과정에 제동을 걸었다. 고객센터에 문의를 했더니 상담직원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의심하기는커녕 오히려 친절하게 모바일 앱의 제한을 푸는 방법을 친절하게 가르쳐줬다.

결국 해당 고객은 3000만원을 그 자리에서 송금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객은 보이스피싱에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고객의 3000만원은 현금으로 인출돼 계좌에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민간기관이 능동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보이스피싱 범죄 근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피해범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현행 전자통신금융사기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하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범죄자는 징역 10년 이하 또는 벌금 1억원 이하에 처하게 된다. 피해자 중에는 일평생 모은 돈을 보이스피싱으로 잃어버린 경우가 적지 않다. 김민철 의원 등 14인이 올해 9월 초 공동발의한 개정안은 벌칙 수준을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높이고 편취한 금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도 동시에 배상케 했다.

정책당국은 금융기관 배상의무를 강화하기도 했다. 일정규모 이상의 금융기관에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구축을 의무화하는 한편 금융기관에 보이스피싱 피해 우선적 배상의무를 지우기도 했다. 시중은행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피해금 송금 사고가 접수되면 피해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계좌를 동결하는 임시지급정지 정책도 운영하고 있다.

다만 보이스피싱이 아닌 경우 피해자 신고만으로 애먼 계좌가 동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일부 금융기관은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분석 기술 등을 활용해 다양한 이상거래 탐지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모든 금융기관이 수사기관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보이스피싱을 분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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