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 모씨(46)는 카카오뱅크에서 본인의 신용점수를 조회해보곤 깜짝 놀랐다. 며칠전까지 970점이었던 신용점수 932점으로 38점이나 내려갔기 때문이다. 비율 역시 상위 3%에서 상위 28%로 떨어졌다. 내년부터 신용평가가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바뀐다는 소식을 듣고 카카오뱅크에서 조회를 해본 터였다. 대출을 새로 받지도 않았고 카드대금이나 통신비를 미납한 적도 없었다. 단순히 평가체제가 달라진 데 따른 결과였다. 이씨는 "그동안 신용등급 관리에 만전을 기해왔는데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바뀌는 것만으로 신용점수가 내려간다니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민간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올크레딧)는 이달 29일 신용점수제를 일괄적으로 도입한다. 현재는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개 시중은행에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금융투자업계와 보험업계, 제2금융권 등 나머지 금융업권으로 제공범위를 대폭 확대한다.
이번 점수제 도입은 등급간 문턱을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등급제 하에서는 신용점수 1점 차이로 등급이 나뉘어 630점은 6등급이지만 629점은 7등급으로 분류됐다. 금융기관은 점수가 아닌 등급을 반영하기 때문에 불과 1점 차이로 대출이자는 물론 대출심사 결과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점수제 도입으로 금융소비자 240만여명이 연 1%포인트 수준의 금리인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획일적으로 운영되던 신용평가 체계가 촘촘하게 나뉘면서 개개인에 꼭맞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는 평가체계도 고도화했다. 연체금액과 다중채무, 연체기간, 연체횟수 등 신용정보를 갖고 평가에 나섰지만 앞으로는 통신요금, 건강보험 등과 같은 비금융 항목도 활용하기로 했다. 과거에는 평가요소에서 제외했던 대부업권 이용이력 역시 점수 산정에 반영하기로 했다.
마이너스통장도 마찬가지다. 기존 등급제하에서는 마이너스통장 약정금액 대비 부채수준이 낮을 경우 가점을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가점 자체가 사라진다. 이로 인해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놓고 실제로는 쓰지 않던 상당수 이용자들의 신용점수가 낮아지게 됐다. 앞서 이 씨가 이런 사례에 속한다. 마이너스통장을 신규로 뚫어놓으면 신용점수가 올라가는 기존 관리방식이 점수제 하에서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을 갖고 있는 자체가 점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각 개인이 마이너스통장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가 신용점수를 높이고 낮추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점수제가 반영된 신용점수는 이달 15일 기준으로 카카오뱅크와 토스 등 모바일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