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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편했나'…은행, 비대면대출 문턱 높였다

  • 2020.12.18(금) 14:13

시중은행, 신용대출 한도 축소·판매 중단
편한 접근성…가계대출 증가세 끌어올려

시중은행들이 연이어 대출 문턱을 끌어 올리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주로 문턱을 높인 대출은 그간 공을 들여왔던 '비대면 대출'이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0월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은 일부 신용대출의 한도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특히 모바일 등 비대면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신용대출의 한도를 일제히 내렸다.

구체적으로 KB국민은행은 KB스타신용대출의 한도를 종전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하나은행은 하나원큐 신용대출의 한도를 2억2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 NH농협은행은 올원직장인대출의 한도를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각각 내렸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의 판매를 아예 중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15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쏠편한 직장인 신용대출을, 우리은행은 우리WON하는직장인대출의 판매를 중지했다.

비단 시중은행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최근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을 연말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이들 은행들이 신용대출의 한도를 줄인 것은 금융당국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역대 최저수준의 저금리에 더해 빚투‧영끌의 영향으로 가계의 신용대출이 증가세가 가팔라지자 지난달 신용대출을 옥죄는 규제책을 내놓은 바 있다. ☞관련기사 신용대출 1억 빌린 뒤 집사면 대출회수 당한다

실제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취급된 가계대출은 9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40조원이나 늘었다.

은행들 역시 금융당국의 이러한 의중을 반영해 신용대출 억제에 나섰다는 얘기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증가세를 유심히 모니터링 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은행도 이에 발맞춰 한도를 축소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우선적으로 비대면 대출 한도를 줄인 것은 기존의 대출에 비해 접근성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 창구를 방문하지 않고 서류를 따로 준비하지 않더라도 모바일에서 편하게 넉넉하게 받을 수 있다보니 '빚투', '영끌'의 부작용을 낳았다는 얘기다.

일례로 우리은행이 판매를 중단한 우리WON직장인대출은 애초에는 대출 한도를 2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었다. 그럼에도 이 대출을 위해 책정된 금액이 모두 소진돼 판매를 종료했다는 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인 신용대출 상품의 연간 한도가 소진되는 경우는 흔치않다. 우리은행의 해당 상품에 배정된 금액이 소진됐다는 것은 그만큼 비대면 채널을 통해 대출을 받은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은행도 특히 디지털과 비대면이 중요성이 커지면서 가장 추천하는 대출이 비대면 대출 상품이었다"며 "비대면 대출이 다른 대출에 비해 접근성이 높았고 많이 팔렸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 이는 은행의 디지털 전략이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결국 연말을 맞아 비대면 대출의 문턱을 높여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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