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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신협의 영토 확대…무한경쟁 진입

  • 2020.12.31(목) 13:35

226개 시군구 영업권→전국 10개 지역으로 재편
올초 모바일 앱 출시 이후 최근 오픈뱅킹 서비스
신협 "디지털은 생존 문제…상품 경쟁력 강화"

내년에는 2금융권에 속하는 상호금융기관끼리 경쟁이 심화될 전망입니다. 대표적인 상호금융기관 중 한 곳인 신용협동조합(신협)은 올해 숙원사업 중 하나인 영업권역 확대 재편을 달성해 내년 초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는 경계태세를 강화하는 모습입니다.

◇ 대출 광역화‥신협이 놓치는 것?

"(신협이) 대출을 광역화로 끌고 가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신협은 지역금융과 서민금융을 잘 챙겨야 하는 중요한 미션을 가지고 있는데…지역금융과 관계금융에 대한 노력과 배려는 계속됐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금융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제18차 회의 의사록을 보면 지난 10월21일 열린 회의에 출석한 위원 8명 중 한 명이 당시 의결안건으로 올라온 신용협동조합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상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시행령 개정안의 골자는 신협 영업권역을 전국 10개 권역으로 확대 재편하는 것이었습니다. 해당 10개 권역은 ▲서울 ▲인천·경기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대전·세종·충남 ▲광주·전남 ▲충북 ▲전북 ▲강원 ▲제주 등으로 구분됩니다.

그간 신협 영업권역은 전국 226개 시·군·구로 나누어져 있었는데요. 길 건너 바로 앞에 신협이 있어도 같은 시·군·구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이용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출 내줄 곳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일부 조합에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수신이 들어오는 것에 비해 여신은 많이 안 나간다는 신협 민원사항을 반영한 것"이라며 "새마을금고의 경우 (2011년부터) 9개 구역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어 형평성 문제도 감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행령 개정안은 권역 내 대출인 경우 조합원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조합원 대출로 간주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데요. 영업권역이 확대되고 비조합원 대출 여력이 확대되면서 단위 신협의 여신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단위 신협은 조합원 출자로 설립돼 특정한 목적을 갖고 운영됩니다. 금융기관과 협동조합 성격을 모두 갖고 있는 것이죠. 대출범위가 넓어지고 비조합원 비중이 커지면 지역에 자금을 제공하는 역할이 작아지고 수익 확대에 몰두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그러면 자칫 건전성 유지에 소홀해질 수도 있습니다. 신협은 2005년 대규모 결손금이 발생해 2007년 금융당국과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약정(MOU)를 체결하고 2600억원의 재정지원을 받았습니다. 신협을 바라보는 금융당국 입장이 복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죠.

◇ 디지털화 경쟁 심화…경영정상화 해묵은 과제

디지털 움직임도 주목할 만합니다. 신협은 올해 초 모바일 앱 '신협ON뱅크'을 선보였는데요. 물리적 거리 제한 없이 입출금 통장을 개설할 수 있습니다. 1인당 최대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 14%를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입출금 통장 금리는 연 1% 수준입니다.

통장 계좌 개설 후 거주 및 납입 조건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단위 신협 승인 절차를 거쳐 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데요. 출자에 따른 배당금 역시 1인당 1000만원까지 배당소득세 14%도 면제됩니다. 지난해 전국 신협 평균 배당률은 2.8%를 기록했습니다.

상호금융기관 이용자 상당수가 고령층인 점을 감안해 신협 직원이 직접 찾아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태블릿 브랜치(지점)'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달 중순부턴 오픈뱅킹 서비스도 시작해 새마을금고와 함께 2금융권 서비스 영역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정인철 신협중앙회 디지털금융본부장은 "디지털 전환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오픈뱅킹 서비스로 비대면 채널 상에서 타 금융기관과 경쟁이 심해지겠지만 신협 상품이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웃업권 중 한곳인 저축은행 업계는 신협의 영토 확장이 부담스럽습니다. 단위 신협의 영업권이 넓어지면서 중금리대출 시장 고객들이 신협으로 이동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세금 면제 혜택에 끌려 수신 고객 상당수가 신협으로 흡수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중금리대출 시장을 나눠 갖고 있는 만큼 앞으로 금리 수준을 낮추면서 지역금융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저축은행의 경우 소규모 단위로 운영되는 단위 상호금융기관에 비해 체계적인 점이 강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신협의 경영정상화계획 MOU 조기종료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신협의 MOU 이행기간은 2024년까지인데, 경영을 하루빨리 궤도 위에 올려 현재 예산관리 및 자금운용 측면에서 받고 있는 여러가지 규제망에서 벗어나겠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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