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의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채권평가손실이 불어나 RBC가 2분기 연속 하락했다.
특히 손해보험사들의 하락세가 눈에 띈다. 소형사인 MG손보를 비롯해 이른바 '빅 4'로 통하는 대형 손보사까지 예외가 없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MG손보의 RBC가 108.8%로 업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135.2%와 비교하면 26.4%포인트나 급락하며, 1년 만에 다시 100% 수준으로 회귀했다.
RBC는 보험사의 각종 리스크에 따른 손실금액을 보전할 수 있는 자본량인 가용자본을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손실금액인 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RBC가 100% 아래로 내려가면 보험금을 제대로 줄 수 없다는 의미다.
때문에 보험업법상 RBC는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MG손보는 현재 경영개선명령 상태"라며 "이달 말까지 1500억원의 자본확충을 완료해 RBC를 15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주요 손해보험사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삼성화재(286.6%)를 제외한 현대해상(177.6%)과 KB손보(163.3%)도 RBC도 권고 기준을 소폭 웃도는데 그쳤다. 대형 손보사 RBC가 소형사인 하나손보(235.1%)나 악사손보(188.3%), 롯데손보(183.6%)를 밑돈 것은 이례적이다. 다만 현대해상과 KB손보의 경우 각각 3500억원, 379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을 완료하면서 RBC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24개 생명보험사와 29개 손보사(재보험사 포함) 등 보험사 전체 RBC는 올 1분기 기준 256%로 지난해 말 275% 대비 19%포인트나 하락했다. 보험사 RBC는 지난해 3분기 283.6% 이후 올해까지 하락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업권별로 보면 생명보험사들이 273.2%로 전년 말 297.3%보다 24.1%포인트 떨어지면서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손보사들도 234%에서 224.8%로 9.2%포인트 내렸다.
금감원은 RBC 하락의 원인으로 금리 상승을 지목했다. 올 1분기 보험사 전체로 3조8720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채권금리 상승에 따라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11조6000억원 줄면서 가용자본은 오히려 11조1000억원 감소했다. 실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말 1.71%에서 올 1분기 말 2.06%로 0.35%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요구자본은 4000억원 늘면서 전체 RBC 비율을 낮췄다. 보유보험료 증가에 따라 보험위험액(4000억원)이 늘고, 대체투자 및 대출 증가 등에 따른 신용위험액 확대(2000억원)가 주된 원인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외 금리변동 상황과 코로나19 영향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며 "RBC 취약이 우려되면 선제적 자본확충 유도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제고토록 감독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