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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돈을 찾아가는 전략

  • 2021.08.10(화) 09:30

디지털 은행의 확산 속도가 빠르다. 이미 많은 사용자와 사용량이 관찰되는 카카오 및 케이뱅크에 이어 토스까지 합세하여 개인 여신(與信)을 중심으로 시장 장악력을 넓히고 있다. 이들은 오프라인 지점이 없는 말 그대로 손 안의 은행이다. 계좌 계설부터 대출 한도 조회까지 스마트폰을 통해 아주 짧은 시간에 계약이 성사된다. 이 때문에 오프라인 지점을 중심으로 성장한 전통적인 은행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저금리로 예대마진율이 낮아지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로 인해 방카슈랑스나 펀드 판매 등도 주춤하다. 이미 임대료가 높은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간 지점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 현금지급기가 도입된 초창기에 '은행원이 기계로 대체될 것'이란 우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프라인 지점 운용의 이익률은 낮아지고 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비대면 업무를 확장하여 비용을 줄이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디지털 은행에 밀리는 형국이다.

그런데 금융 지주의 중심인 은행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보험사를 인수하는 움직임이 관찰된다. 3년 전부터 이런 모습은 자주 관찰되고 실제 인수 및 합병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보험 산업 내에서도 장기적으로 이익률 하락이 예상되는 생명보험사에 대한 지주사의 관심이 높다. 이런 모습은 은행을 중심으로 고객을 '찾아오게' 만드는 전략에서 고액 자산가를 '찾아 가는' 전략으로의 전환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으로 이해된다. 

금융 전 영역에서 비대면 디지털화가 가속되고 특히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다. 금융 산업 중 광범위하고 대중적인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곳은 카드사다. 개개인이 하루에도 수십 번 카드를 쓰기에 내역만 조회해면 특정인의 동선과 소비 취향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소비 주체로 부상하는 MZ세대를 공략하는 기초 전략을 기획할 때 카드 데이터만큼 유용한 것도 없다. 하지만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대다수의 자산을 50대 이상이 소유하고 있다. 또한 연령에 관계없이 고액 자산가에게 집중하는 것이 금융사의 영업 이익을 높이는데 유리하다.


여러 금융사를 거느린 지주사 내에서 고액 자산가의 정보를 가장 많이 보유한 쪽은 은행이다. 계좌, 대출, 담보물 등에 대한 정보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은행을 포함 지주와 거래중인 고액 자산가를 VIP센터나 PB센터를 통해 찾아오게 만들고 기다리는 전략은 인구가 줄어들고 금융 산업이 성장한 단계에서는 느리다. 특히 디지털화가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 및 자산운용 그리고 보험까지 확대되는 상황에서 고객 침투력이 더딘 전략을 고수하는 것은 답답함을 넘어 이익률을 하락시키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효율이 높은 자산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찾아 갈 수 있는 기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침투도를 높여 지주사 내 전 금융사의 고객 경험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우량 고객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찾아가는 방식이 확실히 빠르다. 그런데 은행 등이 보유한 기존 조직이 고객을 찾아가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과거부터 고객을 찾아가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조직이 있다. 바로 보험사의 전속 채널이다. 설계사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고객을 찾아가는 일에 주저함이 없다. 

물론 기동력만 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는다. 보험의 핵심인 보장 컨설팅 이외 재무설계를 중심으로 펀드나 증권 등 다양한 금융을 다룰 수 있고 고객과 이를 주제로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상담 경험이 충분한 고능률 조직이 필요하다. 보험 산업 내에서도 이런 조직의 대명사는 외국계 생명보험사의 전속 설계사다. 지주사가 생명보험사 특히 외국계 생명보험사를 인수하는 배경에는 고액 자산가를 공략하는 전략의 변화가 있다고 짐작된다. 실제 인수 후 움직임을 살펴보면 전문성과 기동력을 갖춘 고능률 설계사를 지주의 창끝으로 활용하여 지주 내 전 금융사의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관찰된다.

금융 지주를 중심으로 전 금융을 통합하고 효율을 높이는 전략은 향후 성장 가능성이 낮은 보험 산업에도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다. 특히 손해보험사의 순이익을 하회하는 생명보험사의 재도약을 기대할 수 있어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또한 생명보험사든 손해보험사든 매출과 시장 점유율의 상위에 있는 곳은 지주 내 보험사가 아니다. 따라서 고객에게 보험만을 제공할 수 있는 한계가 있거나 통합적 전략을 기획해도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이들과 지주사가 기존에 보유했거나 새롭게 인수한 보험사의 치열한 경쟁도 눈여겨 볼 지점이라 생각된다.

산업 성숙도가 높고 연령 언더라이팅 등으로 인구구조 변화에 가장 취약한 보험이 타 금융과의 연계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또한 디지털화에 밀려 대면채널의 효율 극대화는 생존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능률 설계를 중심으로 한 고객을 찾아 갈 수 있는 기동력이 대면채널의 가치를 어떻게 재고할지도 흥미롭게 지켜봐야 한다. 어찌되었건 보험 산업 내부의 자생력은 아니지만 불투명한 미래에 한줄기 빛이 보이는 것 같아 보험사를 인수한 지주사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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