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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붙은 창과 방패…교보생명 상장, 이뤄질까

  • 2022.03.02(수) 17:57

어피너티 "ICC에 2차 중재, 풋옵션 이행 촉구"
교보생명 "무용한 법정분쟁…IPO 방해전략"

교보생명의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했다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법정 분쟁을 벌이고 있는 어피너티 컨소시엄(어피너티)이 두번째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어피너티가 교보생명을 상대로 행사할 수 있는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 가격이 제대로 산정됐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는데도 신 회장이 풋옵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다시 시비를 가리자는 취지다.

교보생명은 어피너티가 무의미한 분쟁으로 회사 고객과 주주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으며, 기업공개(IPO)를 방해하려는 수를 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어피너티는 2일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 의무 이행을 구하는 중재를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작년 9월 ICC의 첫 판정이 나온지 5개월여 만이다.

어피너티는 2차 중재에서 계약상 합의된 절차에 따라 풋옵션 가격을 산정하기 위해 먼저 신 회장에게 평가기관을 선정해 교보생명의 공정시장가치(FMV)에 관한 평가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후속 절차에 따라 산출되는 최종 공정시장가치를 풋옵션 가격으로 신 회장에게 지급 청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어피너티는 "지난달 1심 재판부가 FI 관계자와 딜로이트안진 회계사들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언했다"며 "FI들의 풋옵션 행사와 가치평가가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신 회장의 주장 또한 근거 없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어피너티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 등으로 구성된 FI이다.

풋옵션 분쟁, 법원은 어피너티에 '손' 

어피너티와 신 회장의 악연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어피너티는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총 1조2054억원)에 인수하면서 교보생명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어피너티는 신 회장과 2015년까지 IPO를 하지 않으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주간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기한내 IPO가 실현되지 않았고 어피너티는 3년 인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했다. 하지만 신 회장이 계약의 적법성과 유효성 부족을 이유로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어피너티는 딜로이트안진에 풋옵션 행사가격을 산정을 위한 가치평가 업무를 의뢰했고 교보생명 주식이 주당 약 40만9912원(총 2조122억원)의 가치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신 회장측이 계산한 약 20만원 수준에 두 배에 달한다.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2019년 3월 ICC 국제중재 절차를 밟았다. 지난해 9월 ICC 중재재판부는 어피너티와 신 회장간 풋옵션 계약이 유효하고, 신 회장이 계약을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동시에 딜로이트안진이 내놓은 교보생명 주당 가격으로 신 회장이 풋옵션 대금을 지급하게 해달라는 어피너티의 요구는 기각했다. 다시 말해 어피너티의 풋옵션 행사는 유효하지만 합의된 절차에 따라 풋옵션 가격이 최종 확정돼야 신 회장에게 풋옵션 대금 지급의무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2020년 4월 교보생명은 "어피너티의 지시에 따라 딜로이트안진이 교보생명 주식의 풋옵션 가격을 부풀렸다"며 부당 공모 혐의로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9차례에 걸친 공판 끝에 지난해 12월 이들에게 징역 1년~1년6월을 구형했으나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면서 상황이 다시 역전됐다.

교보생명 IPO 가능할까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그래픽=비즈니스워치

어피너티는 이번 풋옵션 분쟁이 최대주주인 신 회장과 2대 주주인 FI들과 체결한 계약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교보생명이 추진 중인 IPO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또 교보생명이 신 회장을 대리해 검찰 고발을 진행하고 금융당국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건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어피너티(약 40만9912만원)와 신 회장(약 20만원)이 각각 계산한 주당 가격이 큰 차이를 보이는 상황에서 회사가 나서 저평가된 주당 가치를 옹호하는 게 맞냐는 것이다. 향후 이에 따른 법적 분쟁이 제기될 수 있다는 암시다.

신 회장 개인이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보험업계 중론이다. 당장 급한 불을 끌 심산에 신 회장이 들고 있는 주식을 팔았다간 교보그룹의 핵심 축인 교보생명의 경영권이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어피너티가 들고 있는 지분을 제3의 투자자를 구해 인수하게 하던지, 아니면 IPO를 통해 자금을 돌려주는 방법밖엔 없다.

하지만 어피너티가 2차 국제중재 신청을 내면서 IPO도 사실상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규정에 따르면 상장하려는 회사에는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송 등 분쟁사건이 없어야 한다. ICC가 첫 판결을 내리기까지 3년여가 소요됐다. 거래소는 교보생명이 청구한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기한을 연장한 상태다.

교보생명은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어피너티의 2차 중재 신청은 교보생명의 IPO를 방해하려는 것"이라며 "(어피너티가 요구하는) 공정시장가치(FMV)를 확인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IPO"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피너티가 IPO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주간 분쟁에 대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어피니티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교보생명은 "검찰 고발은 특정주주에게 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닌 경영상의 판단이었으며 더 이상의 회사 피해를 막기 위한 적극적 방어 행위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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