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되면서 국내 손해보험사 '빅5'가 1분기에만 2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다만 각 사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화재·메리츠화재·KB손해보험은 새 회계제도 도입으로 실적 개선을 이룬 반면, DB손해보험·현대해상은 손해액이 크게 불어나면서 순익 감소세가 나타났다.
12일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메리츠화재와 지난달 실적을 발표한 KB손보 등 5대 손보사 전체 당기순이익은 2조1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1조8820억원 대비 6.9%(1294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번 실적은 올해부터 도입된 IFRS17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IFRS17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해 회계 처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손익도 현금 흐름 대신 계약 전 기간으로 나눠 인식한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이전보다 부채가 적어져 실적 개선에 유리하다. 또 새 제도에서는 저축성보험보다 계약서비스마진(CSM)이 높은 보장성보험을 많이 판 보험사가 순이익 증가 효과를 볼 수 있다.
면면을 살펴보면 삼성화재·메리츠화재·KB손보가 '하드 캐리(주도적 역할)'했다. 우선 삼성화재의 올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6.6% 증가한 6133억원이었다. 주요 손보사 가운데 6000억원대 순익을 낸 건 삼성화재가 유일하다. IFRS17 도입으로 연결기준 역대최대 실적을 거뒀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또 삼성화재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8333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21% 증가했으며, 매출은 5조3389억원으로 15.3% 늘어났다.
메리츠화재의 올 1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24.5% 증가한 4047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24.1% 증가한 5546억원, 매출은 17.7% 증가한 2조730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양질의 신계약 확보를 통한 수익성 중심의 매출 성장에 매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KB손보는 올 1분기 전년동기대비 25.7% 증가한 253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어린이보험·운전자보험 등 장기보장성 상품 경쟁력을 확보한 동시에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된 점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반대로 같은 날 1분기 순이익을 발표한 현대해상과 DB손보의 표정은 어두웠다. DB손보의 올 1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6.0% 줄어든 4060억원이었다. IFRS17 도입에도 손해액 증가와 투자손익 감소가 실적을 끌어내렸다.
이 회사는 전체 순이익으로 따지면 삼성화재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메리츠화재와 순이익 격차가 13억원에 불과해 앞으로 치열한 순위 경쟁을 예고했다.
현대해상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3.5% 감소한 3336억원을 기록했다. 일반·장기·자동차보험 전 부문에서 손해액이 증가해 보험손익이 30.1% 감소한 영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