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들의 주요 전유물이었던 '모임 통장'에 시중은행들도 하나둘 뛰어들고 있다. 모임 통장은 한 번 개설하면 잘 옮기지 않는 데다 금리도 낮아 은행 입장에선 저원가성자금을 모을 수 있다.
소비자들도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게 됐다. 회비내역을 모임원들이 공유하면서 각 은행별로 '총무 변경' 기능이나 '모임 게시판' 기능 등에 차별점을 둬 편의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모임통장을 활발히 운영하는 가운데 시중은행들도 모임통장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5일 모바일뱅킹 앱 하나원큐에 '모임 통장 서비스'를 출시했다. 지난해 2월 관련 서비스를 중단한 지 약 1년10개월 만이다.
하나은행의 모임 통장 서비스는 새로운 통장 발급 없이 기존 통장에 모임 기능만 연결하면 이용할 수 있다. 모임장인 총무가 모임을 만들고 모임원을 초대하면 회비 내역을 모임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다.
특히 '총무변경' 기능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총무가 모임원 중 한 명에게 총무 변경을 요청하면 모임원의 동의를 거쳐 새로운 총무가 선정된다. 새 총무는 기존에 사용 중인 본인 통장에 모임 기능을 연결해 총무가 될 수 있다. 총무가 변경되더라도 기존 회비 거래내역과 모임 계좌번호는 그대로 유지된다. 또 모임 전용 체크카드도 선보일 예정이다.
모임 통장이란 최소 2인부터 많게는 100명까지 하나의 통장에 여러 사람이 함께 회비를 내고 모임을 위한 지출을 하는 통장을 말한다. 통장을 공유하고 예금 잔액 및 지출 금액을 확인하기 쉽기 때문에 모임원 누구나 사용내역을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지난 5월 KB국민은행도 모임 통장을 운영할 수 있는 'KB국민총무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하나은행과 마찬가지로 기존에 쓰던 통장에 모임 관리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모임 내 회비 미납자에게는 알림(콕콕찌르기)을 보내 회비 납입을 유도할 수 있다. 또 '월별 리포트'로 모임회비 현황을 시각화해 보여준다.
다만 시중은행들이 이미 모임 통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을 뛰어넘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그간 모임 통장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주도해 왔다. 카카오뱅크가 2018년 12월 가장 먼저 모임 통장을 출시한 뒤 토스뱅크와 케이뱅크가 각각 올해 2월, 8월에 모임 통장을 출시했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경우 '카카오톡'을 앞세워 모임 통장 분야 최강자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 모임통장 누적가입자 수는 950만명(중복 제외), 모임통장 잔액은 6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카카오뱅크의 전체 요구불잔액(26조원)의 24% 가량을 차지하는 규모다. 카카오뱅크 계좌가 없어도 카카오톡 회원이면 누구나 모임 통장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편의성과 새로운 혜택을 추가하며 모임 통장을 계속해서 강화해 나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월 모임 통장에 생활비 관리 기능과 회비 관리 기능을 추가하는 등 계속해서 모임 통장 기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향후 '모임 게시판'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모임 게시판이란 모임원들이 이미지를 포함해 게시글을 올릴 수 있는 기능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은행권 수신 금리 경쟁에 참여할 필요도 없으며 저원가성 예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모임 통장 특성상 금리 민감도가 매우 낮다"며 "카카오뱅크는 선제적으로 모집한 수신 덕분에 여신 성장에만 집중할 수 있어 내년에도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토스뱅크의 경우 '공동 모임장'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통장 최초 개설자인 모임장의 동의를 받고 실명 확인 절차를 거쳐 ‘공동 모임장’이 되면 똑같이 1일 한도 100만원의 출금 권한을 갖는다. 누군가 회비를 인출해 잠적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 모임 비 출금 때마다 회원 모두에게 알림이 간다.
케이뱅크 모임 통장의 경우 가장 큰 특징은 이용 중인 모임원들이 목표금액을 모을 수 있도록 돕는 '모임비 플러스' 서비스다. 케이뱅크는 '모임비 플러스' 서비스를 통해 모임 구성원들과 다른 조건 없이 목표 금액을 모으기만 하면 최고 연 10%의 금리를 제공한다. 아울러 모임비 플러스에 모으는 돈은 기존 회비가 들어있는 전체 모임통장과는 분리돼 별도로 관리 가능하다.
은행들이 모임통장 경쟁에 나선 것은 저원가성 예금 확보와 더불어 계좌 하나를 유치하면 여러 명의 타행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모임통장은 주로 수시입출금통장 형식으로 이자가 연 0.1%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임 통장은 저원가성 예금으로 기존 개인 예·적금보다 훨씬 적은 비용을 들이면서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며 "다양한 고객들을 확보해 앱 활동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