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들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대표 주자인 카카오뱅크는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일 년 새 186만명의 고객을 끌어모을 정도로 고객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죠.
하지만 아직까지 인터넷전문은행을 주거래은행이라고 말하는 금융소비자들은 많지 않은가 봅니다. 주거래율이 시중은행 대비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이기 때문이죠. 왜 그럴까요?
주거래 은행이란?
하나금융보고서는 주거래은행이란 금융소비자가 거래하는 여러 은행 중 본인의 금융거래 규모, 빈도 등을 고려해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한 곳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보고서가 서울, 수도권 및 전국 광역시에 거주하고 본인 명의의 은행을 거래하는 만 20~64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을 분석한 결과, 주거래 은행 한 곳의 거래 중요도는 61.1%(거래 은행 총합 100%)로 금융 거래 시 심리적·물리적 영향력이 크다고 보고 있죠. 금융소비자 10명 중 6명은 주거래 은행이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입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주거래 은행이라 응답한 금융소비자는 76.3%, 인터넷은행은 15.9% 수준이었습니다. 시중은행 대비 인터넷전문은행을 주거래 은행이라고 생각하는 금융소비자가 현저히 적은 모습이죠. 그 이유는 우대조건에 숨어 있습니다.
통상 금융소비자가 주거래 은행을 만드는 이유는 접근성과 편리성도 있지만 수수료 면제나 환율 우대, 예금·대출 우대 금리 등의 혜택이 있기 때문입니다. 시중은행들은 은행을 오래 이용했다고 주거래 혜택을 주지 않습니다. 예시로 하나은행의 경우 주거래 고객이 되기 위해서는 △총판매 1000만원 이상 또는 총대출 1000만원 이상이면서 △필수거래 2개 이상 또는 △필수거래 1개와 선택거래 2개 이상 충족 고객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중 '필수거래'란 급여이체, 연금이체 등이고 '선택거래'란 아파트 관리비, 전자금융 이체 등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주거래 고객과 일반 고객에 차등을 두지 않습니다. 주거래 고객이 아니더라도 우대금리나 수수료면제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기본적인 대출이나 일반 예·적금에는 우대금리 조건은 없다"며 "이미 오프라인 영업점이 없는 인터넷은행의 특성상 고객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보완하기 위해 ATM 수수료 또한 주거래 고객과 상관없이 면제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ATM 수수료 면제 기간을 올해 말에서 내년 말까지 1년 더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은행이나 편의점 등 전국 모든 ATM 기기에서 입금, 출금, 이체 등 모든 ATM 거래를 수수료 없이 이용할 수 있죠. 케이뱅크 또한 ATM 수수료 면제 기간을 내년 6월 30일까지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토스뱅크도 출범 초기부터 편의점 및 은행 ATM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영업시간 마감 후 ATM에서 출금 시 은행에 따라 500~1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시중은행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거래율 높은데, 왜 주거래 은행 못될까?
데이터융복합·소비자리서치 전문 연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올해 7월부터 11월까지 응답자 1만3567명의 금융권역별 이용자 비율을 분석하는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거래율(설문 답변자 거래하는 모든 은행을 복수 선택)과 주거래율(주거래 은행을 설문 답변자가 단수 선택)에서 각각 58.8%와 16.3%로 모두 1위를 차지한 KB국민은행을 제외하면, 거래율의 경우 카카오뱅크가 53.2%로 가장 높습니다. 하지만 주거래율은 3.9%에 불과합니다. 거래율은 상위권(2순위)인데, 주거래율은 뒤에서 2순위인 셈이죠.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기업금융을 할 수 없는 점도 주거래율이 낮은 이유로 꼽힙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금융소비자들이 대학교에 처음 입학할때나 회사 입사할 때쯤 학교 제휴나 회사 단위로 통장을 많이 만든다"며 "향후 해당 은행이 주거래은행이 될 가능성이 큰데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기업 영업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전문은행은 대면 영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업금융에 불리하게 설계돼 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법 2조에 따르면 업무는 주로 전자금융거래 방법으로만 가능한데, 규모가 크고 복잡한 금융 거래는 직접 만나 진행해야 해 영업에 한계가 있다는 게 인터넷은행 측 얘기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주거래 고객의 의미도 과거와 달리 퇴색했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주거래 고객이라는 의미가 예전과는 달라진 측면이 있다"며 "이제는 금융상품 가입이 쉽고 갈아타기 쉬운 환경인 만큼 급여통장이나 연금통장보다는 거래량이 많은 것을 주거래 은행으로 봐야한다"고 말이죠.
물론 과거보다 주거래은행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긴 했지만 주거래은행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메리트인 저원가성 예금은 은행에 든든한 마진을 확보해 줍니다. 월급통장은 통상 요구불예금인 경우가 많은데 이자가 연 0.1% 수준이죠. 고금리로 예금을 유치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인터넷전문은행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일 수 있습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소비자가 주거래은행을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기존 시중은행에서 받았던 혜택을 포기하고 옮겨야 하는데, 이미 해당 은행에서 여러 가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금융소비자가 주거래은행을 옮기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서비스 범위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 만큼 시중은행과 비슷한 규모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거래 고객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