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사실상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약속했다. 명세서 '알림톡' 등 디지털 전환, 법인회원 이익 제공 제한 등을 통해 카드사의 관리 비용 절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가맹점수수료율을 인하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대신 적격비용 산정 때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을 보다 많이 인정하는 당근책도 함께 내놨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 회의에 참석해 이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금융감독원 관계자와 여신금융협회 등 카드업계, 가맹점단체, 소비자단체 등이 함께 했다.
선제적 유동성 확보도 '자금조달비용'에 포함
금융위는 이날 '신용카드업 상생·발전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연말까지 카드사의 선제적 유동성 확보 비용을 적격비용에 적용하기로 했다. 적격비용 제도는 자금조달비용, 일반관리비용, 대손비용 등을 포함한 '적격비용'에 따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하는 제도다.
신용카드 거래가 승인되면 카드사는 그다음 날 매출전표를 매입한다. 이후 2~3영업일 후 가맹점에 대금을 지급한다. 가맹점에 대금을 지급한 뒤 1회차 회원결제가 이뤄지는 날까지를 신용공여기간이라고 한다. 적격비용에서 자금조달비용으로 인정되는 건 이 신용공여기간뿐이다.
금융위는 이를 최소 하루 늘려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을 추가로 인정하기로 했다. 앞으로 매출전표 매입일부터 1회차 회원결제일까지의 비용이 자금조달비용으로 인정된다.
대신에 영세·중소가맹점의 대금지급 주기를 현행 3영업일에서 2영업일로 단축하기로 했다. 다만 연매출 5억원 이하의 영세 가맹점은 이미 결제일로부터 2영업일 내 대금을 지급하고 있고, 연매출 5억~30억원의 중소 가맹점 역시 코로나19 피해지원을 위해 지난 2020년부터 2영업일로 한시 단축 중이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적격비용에 기반한 새로운 수수료 체계를 도입한 이후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 경감 효과를 상당 부분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가맹점의 권익과 소비자의 편익을 제고하고, 고비용 구조 개선을 통한 이해관계자의 비용부담 절감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고비용 구조 개선, 가맹점 수수료율 낮춘다
금융위는 가맹점 수수료율 이의제기 절차도 내실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카드사는 수수료율 인상 시에도 인상 사유 없이 수수료율을 통지하고, 별도 이의신청 관련 안내도 하지 않는다. 앞으로는 수수료율 인상 시 사유를 설명하고 전담부서 등 별도 이의제기 채널을 마련하도록 한다.
또 '특수가맹점' 선정 기준을 명확히 규정한다. 여전업감독규정에 따라 '국민생활에 필수불가결한 것으로서 공공성을 갖는 경우' 적격비용을 차감할 수 있는데, 해당 기준이 불명확해 카드사가 대기업 등에 특혜를 준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교통, 난방 관련 요금 등 공공성을 갖고, 가격에서 세금 등 공공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경우 등으로 개정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고비용 거래구조 개선안으로 △디지털 전환 촉진 △채무조정 제도 개선 △법인회원 경제적 이익 제공 관련 가이드라인 신설 등을 제시했다. 이용 대금 명세서 등을 모바일로 안내할 수 있도록 하고, 채무조정 직전 사치성 상품을 구입하는 행위를 제재할 계획이다.
신용카드업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는 △데이터 기반 플랫폼 서비스 활성화 △새로운 결제 수요 대응 △규제 사각지대 해소 및 결제 안전성 강화를 꼽았다. 월세, 중고거래 등 카드 결제 대상을 확대하고, 미성년자의 체크카드·후불교통카드 이용한도 확대도 검토한다.
최근 티몬·위메프 사태에서도 문제가 된 2차 이하 PG 및 하위사업자에 대한 영업행위 규율방안 모색 등 규제 사각지대 해소 및 결제 안정성 제고 등 제도개선 방안 마련도 추진한다. 이들 방안을 위해 하반기 내 TF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현재 3년으로 정해진 적격비용 산정 주기와 관련해서는 올해 연말 적격비용 재산정 과정을 통해 절감 가능성 및 인하 여력 등을 살펴보고 결정할 계획이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고비용 거래구조 개선을 통해 카드사의 적격비용을 낮춰 이해관계자의 비용부담을 절감하겠다"며 "가맹점, 소비자, 카드사가 모두 상생할 수 있도록 뜻깊은 의견을 많이 모아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