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결제대행(PG) 업계와 카드사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온라인 대형 가맹점들이 PG 수수료 절감을 위해 카드사와 직접 거래하는 '직승인' 계약을 늘리고 있는데다, 카드사 적격 비용 재산정으로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되면서 일반가맹점에 해당하는 PG업체들은 수수료율이 올라갈까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대문이다.
PG업계는 카드사의 직승인 서비스 확대를 규탄하고. 카드사의 손실 전가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며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수수료율 놓고 '엇갈린 주장'
PG협회는 21일 공동 자료를 통해 "카드사가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한 손실보다 더 큰 폭으로 수수료 인상을 통보했다"며 "상세한 설명이나 사전협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달 14일부터 영세·중소신용카드가맹점 305만9000곳의 카드수수료율이 내려간 데 따른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가맹점 카드수수료율 산정의 기반이 되는 적격비용 산정을 통해 영세·중소신용카드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인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영세·중소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은 매출액 구간별로 종전보다 0.05∼0.10%포인트 인하됐다.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연매출 1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의 경우 △0.1%포인트, 연매출 10~30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0.05%포인트 각각 내렸다.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모든 영세·중소가맹점이 △0.1%포인트 인하됐다.
PG업계는 적격비용이 재산정될 때마다 카드사들이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 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PG사와 일반가맹점에 비용 부담을 전가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카드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영세·중소가맹점을 제외한 일반가맹점은 수수료율을 개별협상하는데 PG업계 또한 매출 규모가 큰 곳은 일반가맹점에 포함된다.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일반가맹점 권익 제고 차원에서 주요 인상사유를 안내했고, 수수료율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또 카드업계는 PG사마다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PG협회는 카드사들이 비용 부담을 전가해 수수료율을 계속해서 인상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율이 오른 PG사도 있겠지만, 동결됐거나 혹은 내려간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BC카드 '직승인' PG 업무 범위 침해?
PG사들은 BC카드의 직승인 사업 진출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지급결제VAN협회와 전자지급결제협회,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로 이뤄진 지급결제업계는 "비씨카드가 주력 사업인 결제 프로세싱 사업이 침체를 겪자 직승인 시스템을 마치 혁신 서비스인 것처럼 포장해 전자결제 사업에 침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커머스 산업에서 PG사와 VAN사는 카드사와 직접 가맹점 계약을 맺기 어려운 쇼핑몰을 위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결제 처리를 중개한다. 쇼핑몰→PG사→VAN사→카드사 순으로 병렬되는 구조다.
BC카드는 VAN사와 연결되는 자체 결제망이 없는 은행과 카드사에 결제망을 대여하는 결제 프로세싱을 주력 사업으로 영위해왔다.
그러나 NH농협카드, 우리카드 등 주요 고객사가 비씨카드와 결별하고 자체 결제망을 구축하자 주력 사업에서 타격을 입은 BC카드가 VAN·PG 영역에 침투했다는 것이 지급결제업계의 설명이다. BC카드의 직승인 시스템은 VAN·PG을 거치지 않고 가맹점과 카드사를 직접 연결한다.
온라인 가맹점들은 PG사와 VAN사를 통해 카드사와 거래하는 구조로 부가적인 수수료를 부담해왔다. 그러나 BC카드는 일부 카드사와 온라인 가맹점 사이에서 '거래 중계 서비스'를 제공해 가맹점과 카드사가 직접 거래할 수 있게 했다.
온라인 가맹점들은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쿠팡페이 등)를 만들어 PG로 등록해 직접 PG업무를 맡게 기존 PG역할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됐다. 이 때 중간에서 가맹점과 카드사 간의 거래데이터를 송수신하는 거래 중계 시스템을 BC카드가 맡게 된 것이다.
BC카드는 거래 중계 서비스가 전자지급결제대행 업무 범위를 침해한다는 PG업계의 주장에 대해 "카드 결제 과정의 서비스에 해당하는 건"이라며 반박한 바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서도 가맹점 수수료 수익 저하 속에서 원가절감 수단으로 PG·VAN 수수료를 절감하기 위해 직매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