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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명세서도 없앤다…허리띠 졸라매는 카드업계

  • 2025.02.19(수) 08:00

3월부터 65세 미만 고객 '전자 명세서' 전환 안내 시작
금융당국 "고비용 거래 구조 개선" 방침에 '비용 절감'
"파생 비용 줄고 개인정보 보호·고객 편의성 높아질 것"

카드사들이 오는 3월부터 종이 명세서 발송을 차례대로 중단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신용카드업 상생·발전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에 따라 고비용 거래 구조를 개선해 가맹점 등 이해관계자의 비용 부담을 절감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1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다음 달부터 회원들에게 종이 명세서를 전자 명세서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안내하고 전자 명세서 전환을 추진한다. 

대부분 회원 '전자 명세서' 전환 유도

현대카드는 오는 3월 중 우편 명세서 수령 회원과 65세 미만 회원에게 우편 명세서와 문자 메시지를 통해 해당 내용을 안내할 예정이다. 안내 이후 2개월 동안은 기존 우편 명세서와 전자 명세서가 함께 발송된다. 

명세서 수령 방법 변경을 거부하려면 3월 중 발송될 문자메시지 내 링크에서 신청하면 된다. 거부 신청을 하지 않으면 회원별로 안내된 일자에 전자 명세서로 자동 변경된다. 다만 65세 이상의 고령 회원일 경우 기존 우편 명세서 수령 방법이 유지된다. 

NH농협카드도 다음 달 5일 이후 우편 명세서 수령 회원에게 모바일명세서 전환 여부를 개별 안내한다. 만 19세 미만, 65세 이상 회원은 대상에서 제외되며 우편 명세서 수령 유지를 원하면 모바일명세서 전환을 거부하면 된다. 

모바일명세서 전환 예정일은 오는 4월15일 이후다. NH농협카드는 전자 명세서 전환 개별 통지 후 거부 의사 표시를 하지 않은 회원은 자동으로 모바일명세서 발송으로 전환한다. 다만 전환 후 2개월 동안은 우편 명세서도 함께 발송할 예정이다. 

작은 비용도 줄인다

카드사들이 우편 명세서 발송을 속속 중단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 때문이다. 카드 수수료 인하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 비용 절감이라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관련기사: 카드사 관리비용 아껴 가맹점 수수료율 낮추라고?(2024년 08월20일).

정부는 2012년부터 개정된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라 3년마다 원가를 기반으로 한 적격비용을 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맹점 수수료를 결정한다.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적격비용은 신용카드 가맹점이 부담하기에 합리적인 비용을 의미한다. 이 비용에 마진율을 더한 게 가맹점 수수료율이다. 적격비용에는 자금조달·위험관리·마케팅·일반 관리·조정비용이 반영된다. 

적격비용이 재산정될 때마다 가맹점 수수료는 계속해서 떨어졌다. 앞서 △2012년 △2015년 △2018년 △2021년 △2024년 등 5차례에 걸쳐 적격비용이 재산정됐다. 현재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의 신용카드 우대수수료율은 0.4%, 연 매출 3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중소 가맹점의 신용카드 우대수수료율은 1~1.45% 수준이다. ▷관련기사: 14일부터 카드수수료율 최대 0.1%P 내린다(2025년 2월13일).

문제는 이 때문에 카드사의 본업인 신용판매에서의 경쟁력이 악화한다는 데 있다. 실제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카드사 전체 수익에서 가맹점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6%에서 지난해 9월 30%까지 떨어졌다. 

한신평은 "최근 민간소비지출 추이 및 경기둔화 등을 고려할 때 카드이용실적 성장세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맹점수수료의 양적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여신성 자산을 통한 수익성 개선 효과도 과거 대비 저하됐고 결제 부문비용 절감 여력도 상당히 낮아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 "결제 부문 비용 절감 여력도 상당히 낮아진 상황"이라며 "이에 추가적인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마케팅비용 절감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보호 효과도 기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드업계에선 허리띠를 졸라매는 게 필수가 됐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의 본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비용을 계속 줄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마른 수건을 쥐어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종이 명세서를 줄이고 전자 명세서를 확대하는 등 방안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카드사들은 종이 명세서 축소가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종이 명세서를 제작하는 비용뿐만 아니라 운송비용 등 연계되는 비용들이 함께 절감되는 효과가 있고, 고객이 자신의 전자기기를 사용해 카드 사용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보안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전자 명세서는 카드사 앱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 상담 문의도 편리한 측면이 있다. 종이 명세서는 카드사가 종이 명세서를 발송하고 고객이 명세서를 확인한 뒤 문의 사항이 생기면 고객센터로 연결, 상담사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전자 명세서의 경우 앱을 통해 바로 문의할 수 있어 종이 명세서 사용 시 파생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종이 명세서 제작비용이나, 운송비용 등 비용 자체도 줄어들기는 한다"면서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종이 명세서를 꺼리는 고객들도 있기 때문에 선택권을 늘리는 차원에서 전자 명세서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자 명세서가 고객 편익과 상충하는 방향이라면 확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고객이 원치 않을 때는 종이 명세서 수령을 유지할 수도 있어 고객 편익이 제한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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