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의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위한 마지막 퍼즐인 보험사 인수에 중대변수가 생겼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우리금융지주의 보험사 인수에 사실상 '딴지'를 걸었다.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 전후로 '리스크 요인'들을 살펴야 하지만 이에 대해 당국과 소통이 없었다는 점을 꼬집었다. 금감원은 최근 일련의 사고로 인해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도 이례적으로 한해 앞당겨 시행한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 인수로 인한 리스크 반영 여부를 비롯해 우리금융의 보험 자회사 인수 및 운영 여력 등을 꼼꼼히 따져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의 자본 등 재무적인 부분에선 의문점을 찾긴 어렵다는 분석도 동시에 나온다.
우리금융, 보험사 운영 여력 있을까 살펴보니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생명보험사 인수 시 에 발생하는 재무적 리스크 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우리금융이 두 보험사를 사들이는 데 쓰기로 한 가격을 고려하면 재무적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인 낮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우리금융지주는 두 생명보험사의 지분을 1조5493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동양생명의 지분 75.34%와 ABL생명의 지분 100%가 대상이다. 애초 시장에서는 두 보험사 지분 인수에는 2조원 이상의 돈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우리금융지주는 성공적인 딜을 성사시키면서 시장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생명보험사를 품을 수 있게 됐다.
금융회사가 거액의 돈을 들여 M&A에 나설 경우 우선 고려되는 부분은 자본 건전성 지표가 얼마나 악화하느냐를 살피는데, 우리금융지주가 예상보다 싼 가격에 두 보험사를 인수하기로 한 만큼 건전성 지표가 크게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자본 건전성 지표인 우리금융지주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12.04%였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보험사 인수로 이 비율이 11%대로 낮아질 것으로 보는데 이 수준이 우려를 표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의 보통주 자본비율이 보험사를 인수한다고 해서 금융당국의 최저 권고 수준인 8%를 웃돌 뿐만 아니라 향후 금리 인하 등으로 금융업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있어 이를 두고 딴지거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경영실태평가 내부통제 등 미비점 발견 땐 달라
사업 타당성 역시 운영 여력을 살피는 주 요인으로 꼽히지만 이 역시도 크게 걸릴 것은 없다는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오랜 기간 우리나라에서 영업해 온 보험사인 데다가 회사 규모 등을 고려하면 문제될 소지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이복현 원장과 금감원이 짚고 있는 '운영 리스크'다. 금융당국이 사실상 '칼'을 쥐고 있어서다. 운영 리스크는 금융회사 인수에 대한 인허가를 내리기 이전 금융당국이 정한 여러 기준에 맞춰 금융회사를 운영할 여력이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우리금융과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부당대출 건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를 무마하려고 했다고 금감원은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 연이어 거액의 횡령 등 금융사고도 발생했다. 금융회사가 갖춰야 하는 상식선의 경영 방침을 지키지 않았다는 의미다. ▷관련기사 : 이복현 "우리금융, 발본색원 의지 있나 의심…생보사 리스크 살필 것"(9월 4일)
금융권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금융사고와 관련해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경영진 역시 이러한 시스템 구축에 노력하지 않고 있어 경영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볼 경우에는 보험사를 인수해 운영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라며 "이 경우 우리금융은 당국에서 원하는 수준의 개선사항을 제출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조만간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경영실태평가에도 착수한다. 평가 과정에서 부당대출과 횡령 등이 시스템 미비 등으로 발생했다는 판단 아래 3등급(현 2등급) 이하의 평가를 받게 되면 생보사 인수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문 보고 알았다'는 이복현…'불편한' 금융위
금융권에서는 이복현 원장이 "금감원과 보험사 인수를 소통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서도 의아하다는 분위기다.
금융회사의 M&A는 금융당국이 인허가를 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금감원이 지적할 사안은 아니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금융회사의 설립, 합병, 경영 등의 인가와 허가에 관한 사안은 금감원이 아닌 금융위원회의 소관이어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 건을)금융당국과 소통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왜 금감원장이 해야 하는가"라며 "진짜 소통이 안된 것이라면 이러한 사안은 금융위원장의 입에서 나와야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 기관이 공조를 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말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순 있겠지만 지금 분위기에선 금감원이 금융위 관할에도 개입하려는 듯한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