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가동, 우리은행장을 비롯한 7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에 착수한다. 업계는 앞서 부당대출 사태에 대한 현 경영진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거취를 주목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27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 착수를 위한 1차 자추위를 소집할 예정이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전일(26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이와 관련한 내용을 논의했다.
이날 열리는 1차 자추위에서는 우리은행을 비롯해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우리금융 계열사 7곳의 CEO 연임 여부를 논의한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비롯해 박완식 우리카드 사장, 정연기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이종근 우리자산신탁 대표, 최동수 우리금융에프앤아이 대표, 이중호 우리신용정보 대표, 김정록 우리펀드서비스 대표 등 우리금융 계열사 7곳의 CEO 임기가 올해 말 끝난다.
우리금융이 자추위를 개시하는 것은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발표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준수하기 위해서다. 모범관행에 따르면 금융사들은 최소 임기만료 3개월 전에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우리금융 계열사 7개 수장들의 임기가 12월 31일까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9월 말까지는 자추위를 소집해야 한다.
다만 차후 열릴 자추위에서는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과 관련한 내용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금융당국이 제시한 모범관행이 적용되는 대상이 지주·은행이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안팎에선 조 행장의 거취를 주목하고 있다. 조 행장은 지난 2023년 7월 우리은행장에 취임했다. 사의를 표한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의 잔여 임기를 승계하면서 임기를 다 채워도 재임기간이 1년 반에 불과하다.
더욱이 횡령 등 잇단 금융사고에 이어 전임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조 행장의 연임은 물건너갔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부당대출 사고와 관련해선 지난해 말 사건을 인지했는데도 금융당국에 '늑장 보고'를 하면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현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을 지적하고 나섰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지난 12일 "우리금융 경영진도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 깊은 책임감을 느낄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금융 현 경영진의 거취는 이사회나 주주총회 등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자추위에서 이를 논의하거나 자진사퇴 할 가능성도 끊이지 않고 나온다.
다만 부당대출 사고와 관련해 금감원 및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점은 변수다. 이사회에서 당장 거취를 판단하기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다.
조 행장이 주요 금융지주 계열 은행장 가운데 유일하게 등기이사가 아니라는 점도 주목된다. 조 행장은 지난해 취임한 이후 올초 주총에선 지주 등기이사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등기이사로 선임되지 않으면서 당시 임 회장의 의중이 무엇이냐는 궁금증도 자아냈다. 사내이사로 지주 이사회에 참여하는 다른 은행장들과 달리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리금융 자추위는 사내이사인 임종룡 회장을 비롯해 사외이사 7명이 참여한다. 앞서 부당대출 사고로 경영진 책임론이 흘러나오면서 임 회장의 거취 문제가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임 회장이 자추위에서 어떤 입장을 보일지도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최근 부당대출 사고와 관련한 경영진 책임을 언급하면서 이사회의 부담도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