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적지 않은 '내 돈'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이 '돈'을 벌어오는 게 일반화 된 요즘 시대에 돈을 방치한다는 것은 낭비라는 이야기까지 나올정도 입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방치되고 있다고 평가 받는 것이 것이 퇴직연금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무려 382조4000억원이 적립돼 있죠. 하지만 규모와 다르게 '적극적'으로 투자되지 않는다는게 금융권의 중론입니다.
퇴직연금은 장기간 묶여있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신경을 조금만 더 쓰면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죠.
퇴직금? 퇴직연금?
퇴직금은 근로소득자가 직장을 그만 두게 됐을 때 회사로부터 받는 급여의 한 종류입니다. 1년 이상 한 회사에 근무하면 퇴사 직전 3개월 가량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도록 돼 있죠. 근속 연수가 비례하기 때문에 한 회사에 오래 다닐 수록 퇴사시 기대할 수 있는 퇴직금의 규모는 늘어나게 됩니다.
그렇다면 퇴직연금과 퇴직금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퇴직금은 회사가 '직접' 관리를 하기 때문에 회사가 자금운용 등에 실패할 경우 근로자는 퇴직금을 온전히 수령받지 못할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게다가 퇴직금은 목돈을 일시에 지급하기 때문에 퇴직금 수령자가 과도하게 투자했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기 때문에 은퇴 후 퇴직자들의 노후가 위협받는 사례도 나타났죠.
이 때문에 퇴직금을 회사가 아닌 제3자(금융회사)가 관리하고, 일시금이 아닌 연금수령 개시 나이 이후 월급처럼 나눠받는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됩니다.
회사는 퇴직금 명목으로 적립해야 하는 돈을 금융회사에 맡기고 운용을 위탁합니다. 퇴직자가 연금수령 개시 시점(통상 55세)이 되면 이 퇴직금을 5년, 10년, 20년 중 언제까지 수령할지를 정한 다음 금융회사에서 연금 방식으로 퇴직금을 나눠 지급하는 겁니다.
DB형 vs DC형
퇴직연금은 '목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핵심이기 때문에 근로자라 하더라도 이 돈을 어떻게 굴릴 것인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일단 퇴직연금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DB형(확정급여형)과 DC형(확정기여형) 두가지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합니다.
DB형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근로자가 받게 될 금액을 미리 정해두는 겁니다.
근로자가 퇴직 시 받아야 할 퇴직금이 1억원이라고 가정하면 회사는 이 근로자에게 1억원을 지급하기 위한 돈을 금융회사에 맡길 겁니다. 그리고 그 금융회사는 이를 투자 등에 활용해 굴리겠죠.
이 과정에서 회사가 이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돈 1억원을 금융회사가 운용한 결과 최종적으로 1억2000만원이 됐다고 가정할게요. 그럼 퇴직자는 1억2000만원을 퇴직금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1억원만 수령하고 2000만원은 회사가 가져가게 되는 겁니다.
반대로 투자결과가 좋지 않아 1억원이 9000만원이 되더라도 퇴직자는 1억원을 퇴직금으로 받게 되고 회사는 1000만원의 손실을 떠안게 됩니다. 퇴직자는 약속된 돈을 보장받고, 투자 손익과 리스크는 회사가 짊어진다고 보면 됩니다.
DC형은 퇴직금을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회사가 퇴직금 명목으로 돈을 쌓아두면 근로자가 이를 예금, 적금, 투자 등 어떻게 활용할지를 직접 관리하는 거죠. 대신 그 투자 손익과 리스크는 근로자가 짊어집니다. 수익이 나면 최종적으로 받는 퇴직금의 규모는 늘어나고 손실이 나면 줄어들게 되는 겁니다.
자산운용에 자신이 없고 하나하나 신경쓰기 쉽지 않아 DB형에 퇴직연금을 묶어두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지난 2021년 이후부터는 금융회사에 투자를 위탁할 수 있는 제도인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도입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DB형과 DC형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까요? 답은 없습니다. 자신의 '성향'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정답일겁니다.
자신의 투자 성향이 방어적이고 원금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을 선호한다면 DB형을 선택하는 것이 맞습니다. 반대로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가지고 있고 최종적으로 수령하는 퇴직금 규모를 키우고 싶다면 DC형에 가입하는 것이 더 유리하겠죠.
그럼 IRP는 뭐야?
IRP는 개인형 퇴직연금의 약자입니다. 회사가 아닌 '개인'이 퇴직연금을 직접 적립하고 운용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DB형과 DC형이 적립금을 회사에서 내어주는 것과 달리 IRP는 직접 돈을 넣고 운영해 연금 수령 시기에 나눠받는다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근로자가 B회사에서 3년 일한 후 C회사로 이직해 3년을 근무하고 퇴직했다고 가정할게요. B회사가 지급한 퇴직금은 퇴직연금을 통해 운용돼 왔겠지만 이직하면서 지급이 완료되고 '연금'의 성격을 잃겟죠. 대신 C회사에서 퇴직한 이후 퇴직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A씨가 IRP를 만들어 이 퇴직금을 적립하면 한 회사에 오랫동안 재직한 이후 받게 되는 연금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한 회사에 오랫동안 근속중이라 해도 IRP 가입의 대상이 됩니다. '퇴직금'의 성격보다는 '퇴직연금'의 성격, 즉 노후에 돌입했을 때 연금으로 받는 금액을 늘리는 것에 이 상품의 초점이 맞춰져 있어섭니다. 퇴직 이후 노후자금 중 일부를 보전해 주는 게 회사가 운용하는 퇴직연금이라면, 개인이 IRP를 만들어 이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IRP 역시 개인이 직접 운용을 하기 때문에 DC형 퇴직연금과 성격이 비슷합니다. 운용 시 원금보장형 상품(예금) 등에 적립금을 넣어둔다면 DB형의 성격을 보이긴 하겠지만요. 그래도 이자수익은 기대할 수 있겠죠. 금융투자상품에 적극 투자하도록 설계한다면 금융투자 소득을 기대할 수 있겠죠.
IRP는 전 금융회사를 통틀어 단 하나의 계좌만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합니다. 아울러 권역별로 가입할 수 있는 금융투자 상품도 다르고요.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 경우 예금, 펀드, ETF(상장지수펀드) 등에 가입이 가능하고요, 증권사에서 만들 경우 예금, 채권,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펀드, 국내 상장 ETF, 리츠 등에 가입할 수 있죠. 보험사는 금리형 보험과 펀드에 가입이 가능합니다. 본인의 투자성향에 따라 금융회사를 선택해야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