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사는 70대 A씨. 대출을 받기 위해 ㄱ은행을 찾으려 했지만 인근 영업점이 사라졌다. 그나마 가까운 곳은 버스로 30분 거리. 거동이 쉽지 않아 난감했다. 그런데 은행대리업 도입으로 숨통이 트였다. 집 앞 우체국을 방문해 ㄱ은행 대출을 받았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B씨. ㄱ은행 예금 상품을 가입하려 영업점을 찾았다가 ㄴ은행, ㄷ은행 예금 상품까지 소개 받았다. 한 곳에서 여러 은행의 예금 상품과 금리를 비교해 보고 금리 조건이 우수한 상품에 가입했다.
주거래 은행을 찾지 않아도 은행 업무를 할 수 있는 '은행대리업'이 조만간 시행된다. 금융위원회는 은행 및 대리업 희망사업자 간 협의를 거쳐 연내 시범운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전국 2500개 영업점을 보유한 우체국에서 시범운영이 시작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27일 이 같은 계획을 담은 '은행대리업 도입 등 은행 업무 위탁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은행대리업은 은행 영업점 감소로 생기는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논의되기 시작했다. 특히 노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위해 지난해 TF를 가동했다. 은행 영업점을 찾는 이유가 주로 예·적금 가입, 대출 상담이 목적이라는 점에 주목해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및 시중은행들과 함께 여러 방안을 검토해 왔다.
꼭 주거래 은행 영업점을 찾지 않아도 인근 다른 영업점에서 업무를 볼 수 있게 하는 게 골자다. 주거래 은행이 ㄱ은행이라도 ㄴ은행 영업점에서 ㄱ은행의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은행이 최대주주인 법인과 정부가 운영하는 우체국에서도 ㄱ은행 업무가 가능하다.
금융위는 2단계로 나눠 은행대리업을 연내 시범운영 한다는 계획이다. 예·적금 및 환거래 관련 대리업을 먼저 해보고 대출까지 범위를 확장한다. 단 연내 시범운영이 유력한 우체국에서는 예·적금 및 환거래, 대출을 모두 허용한다.
현금거래도 개선한다. 현재 전통시장에 몰려있는 은행 공동 ATM을 동사무소와 같은 지역거점과 대형마트 중심으로 확대한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에 그치는 공동 ATM 참여자도 확대한다. 아울러 장애인 친화적 ATM도 개발할 방침이다.
올해 4분기부터 편의점 입·출금 서비스도 활성화한다. 기존 물품을 구매해야만 가능했던 소액출금(캐시백서비스)은 물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도록 바뀐다. 인출 한도는 하루 10만원에서 확대된다. 이제 현금카드는 물론 모바일현금카드로도 출금이 가능해진다.
은행대리업은 시중은행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업점 감소로 생기는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고 고객 유인을 늘릴 수 있는 사업 모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금융위는 올해 7월 중 은행대리업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고 3분기 중 은행법 개정안을 마련해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본에서도 우체국이나 은행 자회사인 증권사를 활용해 은행대리업을 하고 있다"면서 "은행에서의 대리업 수요를 확인했고 올해 시범운영을 통해 얼마나 원활하게 은행대리업이 수행되는지 확인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은행대리업 어떻게]자꾸 줄어드는 점포, 도입 속도낼까(2024.11.11), [은행대리업 어떻게]규제 확 푼 일본, 전업주의 없앴다(2024.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