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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 삼천리 3代 동업의 키 쥔 15살 차 오너 3세

  • 2024.05.27(월) 07:10

[중견기업 진단] 삼천리①
㈜삼천리 이만득, ST인터내셔널 유상덕 투톱
양가 철저한 분업, 지분 5대 5 교차소유 원칙
조카 이은백, 차남 유용욱 동업 대물림 촉각

‘핏줄 보다 진한 동업경영’. 재계 54위의 장수기업 삼천리(三千里)에 심심찮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피를 나눈 형제라도 돈 앞에서는 막장드라마 뺨치는 집안싸움을 벌이는 게 다반사지만 남남으로 만나 2대째 서로 얼굴 붉히는 법 없이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시간이 제법 흘렀다. 내년이면 70돌이다. 3대에 가서도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할 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나이차 15살의 이(李)씨, 유(劉)씨 두 오너 집안의 유력 후계자들에게 달렸다. 

이만득 ㈜삼천리 회장(왼쪽). 유상덕 ST인터내셔널 회장.

69년째 핏줄 보다 진한 동업경영

삼천리는 1955년 10월 함경남도 출신의 고(故) 이장균(1920~1997)․유성연(1914~1999) 명예회장이 공동 창업한 삼천리연탄기업사(현 ㈜삼천리·1966년 7월 법인 전환)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62년 12월에는 삼척탄좌개발(옛 ㈜삼탄·현 에스티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을 세워 석탄채굴사업에 진출했다.  

1980년대 들어 한 단계 점프했다. 1982년 5월 ㈜삼천리가 경인도시가스를 인수해 성장 기반을 확보했다. 같은 해 9월 ST인터내셔널이 설립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키데코가 파시르 유연탄광 개발에 성공하며 불 같이 일어났다. 

6세 나이 차인 두 창업주는 거침없는 사세 확장 속에서도 동업 기조를 전혀 훼손하지 않았다. 삼천리의 두 축 ㈜삼천리와 ST인터내셔널을 분업 경영하고, 두 집안이 지분을 5대 5로 교차 소유하는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쌍두마차 체제는 1990년대에 이르러 에너지 사업을 기반으로 기계·건설·제약·금융 분야에 걸쳐 매출 3000억원대에 7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기업 반열에 올려놓는 원동력이 됐다.  

삼천리 오너 일가 지배구조

㈜삼천리·ST인터 투톱 재계 54위 성장

‘두 집 살림’은 1993년 2월 대물림됐다. ㈜삼천리는 이 창업주의 2남2녀 중 차남 이만득(68) 회장이 물려받았다. 37살 때다. 앞서 1987년 5월 36살에 작고한 장남 고 이천득 부사장을 대신했다. ST인터내셔널은 유 창업주의 1남2녀 중 장남 유상덕(65) 회장이 승계했다. 34살 때다. 

이씨 집안이 경영하는 ㈜삼천리는 경기도 남서부 13개시, 인천광역시 5개구를 독점 공급권역으로 국내 시장점유율 16.9%(2023년 공급량 기준)의 1위 도시가스업체로 성장했다. 계열사는 발전, 집단에너지, 플랜트, 수입차판매, 외식·호텔, 금융 분야에 걸쳐 18개사(연결종속회사 국내 10개·해외 8개)다. 

총자산(㈜삼천리 2023년 연결기준) 4조4300억원에 자기자본이 1조6800억원이다. 매출 5조6600억원에 영업이익은 1740억원(이익률 3.1%)을 기록했다.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기반으로 남부럽지 않은 현금창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현금성자산이 9620억원에 이른다. 부채비율은 165% 수준이다.  

유 회장의 ST인터내셔널 또한 우량 그 자체다. 본체의 유연탄 판매사업을 비롯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자원물류, 금융, 호텔·리조트, 부동산 자산관리 분야의 24개(국내 6개·해외 18개) 계열사를 둔 지주회사 격이다.  

작년 매출 6800억원, 영업이익은 903억원(이익률 13.3%)이다. 2017년 12월 인도네시아 탄광 합작법인 키데코 지분 49% 중 40%를 2대주주인 인디카에너지에 6억2220만달러에 매각한 뒤로는 현금이 넘쳐난다. 현금성자산이 1조3700억원이다. 차입금은 830억원에 불과해 부채비율은 3.4%에 머문다. 총자산 3조3100억원 중 자기자본이 3조820억원이다. 

㈜삼천리, ST인터내셔널 재무실적

세월 힘과 마주한 3세 이은백·유용욱

삼천리는 현재 재계 54위(공정거래위원회 2024년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공정자산 9조4300억원)에 랭크 한다. 3살 차 이 회장과 유 회장이 지켜낸 동업 경영의 위력이다.   

두 오너 2세 경영자는 또한 고려대 경영학과 77학번, 79학번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이런 까닭에 형, 아우로 부를 정도로 친형제 이상의 우애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3대에 가서도 동업 체제를 유지할 지는 나이 차 15살의 유력 후계자들이 ‘열쇠’를 쥐고 있다. 이씨가(家) 장손 이은백(51) 현 ㈜삼천리 해외사업총괄 대표 사장과 유 회장의 차남 유용욱(36·미국명 유로버트용욱) ST인터내셔널 경영기획실장이 주인공이다.

환경이 바뀌고 사람도 변하는 세월의 힘 앞에서 마침 이씨, 유씨 두 집안의 유대가 점점 헐거워지고 갈수록 거리감이 멀어지는 징후들이 엿보인다. (▶ [거버넌스워치] 삼천리 ②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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