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19.52% vs 19.52%. ST인터내셔널(옛 ㈜삼탄) 50% vs 50%.
삼천리그룹 이씨·유씨 두 동업 집안의 양대 주력사이자 지주사에 대한 소유 지분이다. ‘%’ 단위의 지분율이 같은 것은 물론이고 단 한 주의 오차도 없다. 2대 오너 이만득(68) ㈜삼천리 회장과 유상덕(65) ST인터내셔널 회장이 철칙처럼 지키고 있는 동업 정신의 상징이다.
삼천리가 창업된 지 내년이면 70년이다. 서로 경영에 간섭하지 않고 ㈜삼천리, ST인터내셔널 계열을 독자 경영하고 있는 양가가 언제까지 ‘한 지붕 두 집 살림’을 할지는 미지수다. 유대가 헐거워지고 거리감이 멀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삼천리 소유·경영 분리 계기 동반 퇴임
삼천리 계열은 ㈜삼천리와 ST인터내셔널 ‘투톱’ 체제다. 양가는 2대에 이르러 두 지주사에 대한 철저한 분업 경영과 지분 5대 5 교차소유 2개 대원칙 말고도 상호 협치와 견제를 위한 장치를 곳곳에 마련해 뒀다. 상호 등기임원 겸직이 대표적이다.
현재 ㈜삼천리는 5인(사내 2명·사외 3명) 이사회로 이뤄진 전문경영인 체제다. 각각 2015년 3월, 2017년 3월 대표에 오른 이찬의 부회장, 유재권 사장이 운영하고 있다. ‘넘버2’ 이 부회장은 이사회의장도 겸하고 있다.
이사회 명단에서 오너 일가가 빠진 지는 한참 됐다. 이 회장이 1993년 2월 회장 취임 이후 10년 만인 2003년 12월 대표에서 물러난 데 이어 2016년 2월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은 데서 비롯됐다.
2016년 9월에 가서는 명예회장으로 퇴진했다. 작년 초 회장 직함을 다시 가졌지만 2008년 3월~2017년 3월 대표를 지낸 한준호 전 회장이 2022년 12월 퇴임한 데 따른 것일 뿐 20년 넘게 소유·경영 분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데, 이 회장이 ㈜삼천리 등기임원에서 물러날 무렵 유 회장도 동반 퇴진했다. 1993년 2월 회장 취임 이래 ST인터내셔널을 독자 경영하면서도 ㈜삼천리 이사회에 적을 뒀던 유 회장 또한 자리를 뺐다. 이로써 동업 경영의 징표 하나가 사라졌다.
이만득 ST인터 이사회 물러나자 유씨家 3세 등장
다음은 ST인터내셔널 차례였다. 2대 유 회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 이 회장 역시 ST인터내셔널 등기임원으로 활동했다. 2016년 2월 ㈜삼천리 이사회에서 물러난 뒤에도 변함없었다. 하지만 2019년 3월 이름을 내렸다.
다만 ST인터내셔널의 경우 상호 겸직 원칙을 없앤 배경은 ㈜삼천리와는 다소 결을 달리한다. ㈜삼천리가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에 따른 오너 일가의 동시 퇴임 성격이었다면 ST인터내셔널은 결과적으로 후계 승계와 밀접하다.
이 회장의 퇴임 이듬해인 2020년 3월 이사회에 합류한 이가 유용욱(36·미국명 유로버트용욱) 현 ST인터내셔널 경영기획실장이다. 유 회장의 두 아들 중 차남이자 자타공인 후계 0순위다.
ST인터내셔널은 현재 이사진이 3명이다. 2019년 1월 선임된 하길용 대표 외에 유 회장 부자가 등기임원이다. 아무런 간섭 없이 확실한 유씨 집안 독자 경영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당장 계열분리해도 이상할 게 없는 지배구조
뿐만 아니다. 이씨 가와 유씨 가는 동업의 징표로서 양가를 이어줬던 또 다른 끈을 일찌감치 끊은 상태다. 후속편에서 상세히 얘기하겠지만, 서로 나눠 경영하고 있는 ㈜삼천리와 ST인터내셔널간 상호출자가 그것이다.
2009년 9월 ㈜삼천리가 신규사업 투자자금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 등을 명분으로 ST인터내셔널 주식을 모두 정리했다. 확인할 수 있는 범위로도, 1990년대부터 소유하고 있던 주식이다. ST인터내셔널 유상감자를 통해 지분 10.2%를 1408억원에 전량 매각했다.
곧이어 이듬해 1월 ST인터내셔널이 나섰다. 당시 ㈜삼천리의 유일한 계열 주주사였다. ㈜삼천리 6.5%를 두 집안에 딱 절반 3.26%(154억원)씩을 도합 307억원에 넘겨 상호출자를 해소했다.
현재 ㈜삼천리, ST인터내셔널 양대 계열은 서로 출자관계가 전혀 없는 수직지배체제다. 이런 맥락에서 삼천리는 지금 당장 계열분리가 이뤄진다 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 절차 역시 복잡하지 않다. 양가가 결심만 하면 갈라설 수 있는 구조다.
㈜삼천리와 ST인터내셔널 지분 각각 19.52%, 50%를 맞바꾸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키’를 쥐고 있는 차기 후계자들의 면면이 주목받는 이유다. (▶ [거버넌스워치] 삼천리 ③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