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위치한 영원월곡프라자. 서울 지하철 6호선 월곡역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의 지하 3층~지상 7층짜리 빌딩이다. 영원무역그룹 중추 계열사인 아웃도어․스포츠 의류 OEM(주문자상표부칙방식) 업체 ㈜영원무역이 건물주다.
이 건물에는 ㈜영원무역과 더불어 ‘투톱’ 중 하나인 영원아웃도어가 유통하고 있는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월곡점이 입점해 있다. 한데, 점주가 오너 일가다. 성시은(47) ㈜영원무역 이사다. 오너 성기학(77) 창업주의 세 딸 중 장녀다.
한참 됐다. 2010년 1월 ㈜영원무역과 임대차 계약을 맺고 지금껏 개인사업자로 월곡점을 운영 중이다. 뒤집어 말하면 성 회장이 맏딸 몫으로 떼줬다고 볼 수 있다. 후계구도를 엿볼 수 있는 징표이라고도 할 수 있다.
2016년 홀딩스 대표직 이양 차녀 낙점
현재 영원무역그룹에서 성래은(46) 부회장만큼 차기 오너 자리에 가까이 다가선 이는 없다. 성 회장의 둘째딸이다. 정황 증거는 많다. 우선 경영 입지가 말해준다. 성 창업주가 가장 먼저 경영에 데뷔시킨 뒤 힘을 실어주고 있어서다.
미국 스탠포드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모체 ㈜영원무역에 입사해 가업에 발을 들인 때가 2002년, 24살 때다. 2007년 준법(CR) 담당 이사를 시작으로 2014년 전무, 2016년 지주사 영원무역홀딩스 사장, 2020년 ㈜영원무역 사장, 2022년 11월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넘버2’에 올랐다.
계열 이사진에서도 후계자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2007년 3월 세 자매 중 처음으로 ㈜영원무역 이사회에 합류했다. 2009년 7월 ㈜영원무역을 홀딩스(존속)와 ㈜영원무역(신설)으로 쪼갠 뒤로도 지주와 주력 사업자회사의 이사직을 꿋꿋이 지키고 있다. 세 자매 중 유일하다.
특히 성 회장은 2016년 3월 홀딩스 대표 자리를 성 부회장에게 물려줬다. 동시에 사내이사직도 내려놓았다. 그룹 컨트롤타워의 경영을 전적으로 차녀에게 맡긴 셈이다. 성 부회장을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했다는 의미다. 성 창업주의 나이 69세, 성 부회장 38세 때다.
이게 다가 아니다. 2021년 3월에는 와이엠에스에이(YMSA) 대표직도 건네줬다. 2009년 말 이후 줄곧 홀딩스→㈜영원무역․영원아웃도어 지주체제의 정점(현 홀딩스 지분 29.09%)에 위치하고 있는 최상위 지배회사다. 성 부회장이 2014년 3월 YMSA 이사회 멤버가 된지 19년만이다.
이에 따라 영원무역 계열은 성 부회장이 지배구조의 핵심 YMSA와 홀딩스를 책임진다. 성 회장은 ㈜영원무역, 영원아웃도어와 스캇노스아시아(스위스 자전거 브랜드 ‘스캇’ 한국 유통) 등 3개 사업 자회사의 대표로서 경영을 총괄한다. 한마디로 부녀 이원(二元) 체제다.
장녀 홀딩스 체제 4개사 등기임원 全無
바꿔 말하면, 세 자매간에는 확실한 우열(愚劣)이 존재한다. 성 부회장보다 1살 위 언니인 성시은 이사는 미국 스탠포드대, 이화여대 석사 출신이다. 34살 때인 2011년 3월 세자매 중 처음으로 최상위 지주사격 YMSA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성 부회장보다 3년 앞선 시점이다.
그 뿐이다. 2018년 3월 물러났다. 성 회장이 홀딩스 대표에 오른 지 2년 뒤다. 이후 ㈜영원무역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줄곧 사회환원 담당 이사로 활동 중이다. 이에 더해 노스페이스 월곡점 점주로만 각인되고 있을 뿐이다. YMSA와 지주 체제 4개 계열사 중 이사진으로 참여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성 창업주의 막내딸의 경우도 비록 큰언니에 비하면 존재감이 있지만 작은언니에는 비할 바 못된다. 성가은(43) 영원아웃도어 부사장이다. 성 부회장보다 3살 아래인 성 부사장은 활동무대가 줄곧 영원아웃도어로 한정돼 있다. 후계 경쟁자로 보기에는 한참 뒤쳐진다.
미국 웨이즐리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2004년 영원아웃도어에 입사, 광고·홍보 마케팅을 담당했다. 23살 때다. 2016년부터 노스페이스를 총괄했다. 이사회에는 2009년 3월 합류했다. 작은언니가 그룹 부회장에 오를 무렵인 2022년 7월에서야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성 회장이 마침내 작년 3월 후계구도를 못박았다. 지주사 위의 ‘옥상옥’ 지배회사이자 자신의 오너십을 떠받쳐왔던 개인회사 YMSA의 지분 과반 50.1%를 성 부회장에게 증여했다. (▶ [거버넌스워치] 영원무역 ⑦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