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지배기반 형성 과정은 독특한 데가 있다. 2대 최고경영자인 형이 오롯이 개인 지분을 보유해온 것과 달리 적잖은 주식 매각 차익을 얻고도 형에 버금가는 지분을 가졌다.
중견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디아이(DI)의 지배구조에 관한 한, 형이 손에 쥐고 있었지만 주가 탓에 휴지조각이 된 신주인수권부사채(BW) 워런트(신주인수권)와 더불어 17년 전(前) 동전주로 추락했던 시기에 동생이 전액 출자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 얘기를 빼놓고 갈 수 없는 이유다.
30억 출자 계기 최대주주 형 압도
‘[거버넌스워치] 디아이 ②편’에서 기술했듯이, 박원덕(71) 경영총괄 부회장은 2007년 3~5월 자사주 300만주(당시 발행주식의 9.76%) 소각을 통해 제너시스 사모인수합병(M&A)펀드로부터의 경영권 방어에 마침표를 찍자 개인 지분율이 3.24%에서 3.58%로 상승했다. 이때만 해도 형 박원호(76) 회장(11.34%)과는 7.76%p의 격차를 보였다.
1년여 뒤인 2008년 11월 박 부회장이 돌연 형을 제치고 1대주주로 올라섰다. 디아이가 재무개선을 목적으로 30억원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출자자가 박 부회장 단 1명이었다.
지금처럼 박 회장이 각자대표, 박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있던 때다. 경영상 목적 달성 및 신속한 자금조달을 위해 이사회의 추천으로 납입 능력 등을 고려해 배정 대상자를 선정했다는 게 당시 디아이의 설명이다.
디아이가 동전주로 전락했던 시기다. 2008년 매출(연결기준) 970억원에 영업손실 43억원으로 1998년 이후 10년만의 적자 쇼크에 기인한다. 주가는 10월부터 1000원을 밑돌았다. 이에 따라 주당 발행가는 885원이었다. 할인·할증 없이 주식시세대로 매겼다.
신주는 338만98830주다. 당시 발행주식의 12.21%, 박 회장 개인 주식(99만3946주)의 3배를 훨씬 넘었다. 박 부회장은 디아이 지분 14.08%를 확보했다. 박 회장(10.11%)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삼양옵틱스 매각가 당시 시세의 10배
박 부회장에게 디아이 출자 재원은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었다. 박 부회장이 광학기기 업체 삼양옵틱스(현 LK삼양의 전신)의 지분 매각으로 209억원의 대박을 터트린 직후여서다.
2003년 9월 디아이가 19억원을 투자해 10.7% 주요주주로 올라선 것을 계기로 박 부회장이 직접 경영을 챙겼던 회사다. 이듬해 6월 이사회에 합류한 뒤 회장으로 취임했다. 디아이에서 박 회장의 보좌역 사장으로 있을 때다.
제너시스가 2006년 11월 장내매입을 통해 디아이 13.08% 2대주주로 올라서 적대적 M&A 위기감이 고조될 무렵 삼양옵틱스(4.75%)와 그 계열사인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업체 코디콤(1.70%)이 디아이 지분을 확보하며 우군으로 등장했던 것도 이런 연유다.
박 부회장은 2007년 10월에는 직접 삼양옵틱스 경영권까지 인수했다. 최대주주 일본 도드웰B.M.S 지분 17.62%(230만5830주)를 32억원(주당 1360원)에 사들였다. 박 회장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던 ㈜융 또한 디아이 소유의 9.9%(129만5500주)를 동일가격 18억원에 건네받았다.
㈜융은 2000년 2월 설립된 에듀캐스트를 전신으로 한 IT 컨설팅사다. 박 부회장이 2000년 3월~2004년 3월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삼양옵틱스 주주로 등장할 무렵에는 ㈜융의 1대주주로서 지분 59.65%를 소유했고, 확인 가능한 범위로 2011년 말에 가서는 80.92%를 소유했다. ㈜융은 2023년 12월 청산됐다.
한데 박 부회장의 삼양옵틱스 경영권을 오래 쥐고 있지는 않았다. 2008년 10월 지분 전량을 경영컨설팅사 그레이스어소시에이츠에 매각했다. 동시에 이사진에서 물러나며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흔치 않은 딜이었다. 주당 처분가 1만408원에 금액이 240억원(주당 1만408원)이나 됐다. 계약 전일 삼양옵틱스의 주가(1055원)의 거의 10배다. 1년 만에 원금의 7배(수익률 665.3%)의 차익을 얻었다.
즉, 박 부회장이 삼양옵틱스 매각 자금으로 디아이에 출자해 14.08% 1대주주에 올랐다는 얘기가 된다. 뿐만 아니다. 당시 삼양옵틱스 계열 코디콤 소유의 디아이 지분 1.77%(55만주)도 곧바로 5억5000만원(주당 1000원)에 인수했다. 지분은 15.84%로 더 뛰었다. 제너시스의 경영권 위협 당시 ㈜융이 매입한 4.57%와 합하면 20.41%에 달했다.
2012년 54억 주식매각 8년 뒤 2대주주 회귀
박 회장과 달리 박 부회장은 자신의 영향권에 있던 디아이 지분을 온전히 보유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2012년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49)의 노래 ‘강남스타일’의 세계적인 돌풍에서 비롯된 디아이의 주가 급등과도 연관이 있다.
디아이는 당시 싸이의 부친 회사라는 점이 부각되며 2012년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15거래일 동안 무려 11번의 상한가를 쳤다. 2400원하던 주가는 1만3100원으로 치솟았다. 싸이의 조모 고(故) 이애숙(1929~2020)씨가 고 박기억(1925~2001) 창업주의 상속주식 3.92%(120만5378주) 중 0.02%(5378주)를 장내처분한 것도 1만3100원을 찍었던 때다.
㈜융이 디아이 지분을 전량 정리한 것도 이 무렵인 2012년 11월 말이다. 취득원가 41억원(주당 2880원)인 주식이다. 비록 디아이 주가가 꺾인 시점이기는 했지만 블록딜을 통해 주당 4515원, 총 64억원에 넘겼다. 수익률 56.7%, 23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며칠 뒤 2012년 12월 초에는 박 회장도 4.78%(150만주)를 외국계에 54억원에 처분했다. 주당 가격은 3615원이다. 매각 4년 전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발행가에 비해 308.5%(주당 2730원)를 옷도는 가격이었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이 2019년 12월~2020년 1월 주식 17억원어치(주당 평균 3340원)를 장내매입해 지분을 11.58%로 확대하자 박 부회장(10.9%)은 1대주주 지위를 내줬다. 하지만 지분 격차가 1%p도 안됐다.
박 회장과 마찬가지로 이후로는 2020년 12월 모친의 주식 3.81%(120만주) 절반 상속과 2022년 12월 자사주 10.15% 소각을 통해 지금의 14.25%(403만3776주)를 보유하게 됐다.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은 디아이의 주가 상승으로 박 부회장의 현 주식가치도 1390억원(1월30일 종가 3만4450원)으로 불어났다. 무엇보다 2008년 주당 885원 유상증자의 위력이다. (▶ [거버넌스워치] 디아이 ⑤편으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