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 국산 신약들이 선전하는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의 동일 계열 품목의 특허 만료가 임박하면서 제네릭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산 신약이 누려온 독점 구간이 예상보다 빠르게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들이 일본 다케다제약의 '보신티(성분명 보노프라잔)' 제네릭 출시 준비에 본격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두 달 사이 마더스제약, 경보제약, 동광제약, 삼익제약 등 4개사가 보신티 10mg·20mg 제네릭에 대한 품목허가를 각각 확보했다.
이는 국내 제약사들이 P-CAB 제네릭 조기 진입을 위해 선발주자인 HK이노엔의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을 상대로 특허 회피를 시도했지만, 연이은 소송 패소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특허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고 만료 시점이 가까운 보신티가 새로운 제네릭 타깃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케이캡, 2031년 물질특허 만료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은 오랫동안 양성자펌프억제제(PPI)가 주류를 이뤘지만, HK이노엔의 케이캡(테고프라잔)을 기점으로 P-CAB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케이캡은 2019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으며 국산 P-CAB 신약 시대를 열었고, 이후 2022년 대웅제약의 펙수클루, 2024년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자큐보가 잇따라 출시되며 국산 P-CAB 제제의 3강 구도가 형성됐다.
P-CAB 국산 신약들은 기존 PPI 대비 빠른 약효 발현과 안정적인 위산 억제 효과를 앞세워 처방 비중을 빠르게 늘렸고,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의 중심축을 PPI에서 P-CAB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케이캡은 연매출 1000억원을 넘는 약물로 성장했고 펙수클루 역시 작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산 P-CAB 신약들은 다수 특허를 통해 제네릭 진입을 방어하고 있다. 케이캡은 2031년 물질특허, 2036년 결정형 특허 만료가 예정돼 있으며, 펙수클루는 2036년, 자큐보는 2040년까지 특허 보호를 받는다. 이 기간 동안 동일 성분 또는 동일 결정 구조를 활용한 제네릭 출시는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특허 만료 시점이 비교적 먼 펙수클루와 자큐보와 달리 선발주자인 케이캡은 다수 제네릭 개발사와의 특허 분쟁을 겪어왔다.
케이캡의 물질특허와 결정형 특허는 각각 2심까지 진행됐으며, 물질특허는 HK이노엔이 1·2심에서 승소했고 결정형 특허는 1·2심 모두 제네릭 개발사가 승소했다. 이에 따라 케이캡 제네릭은 물질특허 만료 시점인 2031년 이후 출시가 가능해진 상황이다.
보신티 제네릭 진입, 국산 신약 입지 위축 우려
그동안 제네릭사들이 케이캡을 특허회피의 주요 타깃으로 삼았던 이유는 시장 지배력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잇따른 특허 소송 패소로 조기 시장 진입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그 결과 우회적인 전략으로 특허 만료 시점이 상대적으로 빠른 보신티로 타깃을 변경하는 분위기다.
보신티는 2014년 일본에서 세계 최초 P-CAB 신약으로 승인을 받았고 국내에서는 2019년 허가를 받았지만, 약가 협상 결렬로 2024년 품목허가를 취소하며 국내 시장 진입을 포기했다. 하지만 국내 P-CAB 시장이 급성장하자 다케다는 작년 12월 재허가를 통해 국내 시장 복귀를 선언한 상태다. 보신티의 특허는 2028년 11월 만료되는 물질특허와 2033년 6월 만료되는 조성물 특허가 있다.
조성물 특허는 배합 비율이나 함량 조정 등을 통해 우회가 가능해 물질특허보다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 제네릭사가 조성물 특허 회피에 성공할 경우, 국산 P-CAB 신약들은 특허 보호 기간이 충분히 남아 있음에도 동일 계열 제네릭과의 경쟁에 먼저 노출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경우 국산 신약이 확보해온 가격 경쟁력과 시장 지위가 예상보다 빠르게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신약은 막대한 R&D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특허 보호 기간 동안 투자 비용을 회수하고 수익을 창출해야 지속적인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며 "제네릭이 시장에 조기 유입되면 국산 신약의 시장 영향력과 수익성을 약화시키고, 국내 제약사의 R&D 투자 전략 전반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