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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먹는 알부민' 열풍…제약사·의사까지 건강 장사

  • 2026.03.19(목) 07:30

주사제 전문약과 달리 알부민 상승 효과 없어
'노니·크릴오일’ 이은 건강식품 마케팅 악순환

요즘 알부민이 건강에 좋다는데 이 제품 효과 좋은 거야?

지인이 먹는 알부민 제품을 선물로 받았다며 기자에게 사진을 보내왔다. 보통 알부민은 응급 상황의 환자나 중증 질환자에게 '수액 주사제'로 쓰인다. 영양제처럼 먹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TV 건강 프로그램과 홈쇼핑, SNS에서 먹는 '알부민' 제품을 홍보하는 광고를 흔히 접할 수 있다.

알약, 가루, 마시는 제형의 먹는 알부민 가격은 최저 3만~4만원부터 10만원이 넘는 제품까지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기력 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홍보 문구를 앞세운 이 제품들은 특히 고령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먹는 알부민 효과 없어

알부민은 간에서 생성되는 단백질로 혈액 내 삼투압을 유지하고 영양소와 호르몬 등을 운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체내 알부민 수치가 낮아지면 기력 저하와 회복력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 부종이나 복수처럼 체액이 축적되는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알부민 부족 현상은 간이나 신장 질환 환자에게서 주로 나타나며, 의료 현장에서는 영양 상태가 심각하게 저하되거나 특정 질환이 있을 때 사용한다. 그것도 정맥주사 형태의 전문의약품으로 투여된다. 

먹는 경구용 알부민은 정맥주사 제형과 같은 임상적 효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단백질의 일종인 알부민을 입으로 섭취하면 소화 과정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된다. 그럼에도 일부 업체들은 경구용 제품이 마치 주사제와 동일한 의학적 효과를 내는 것처럼 과장해 소비자를 호도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성인병 예방을 돕는다는 '클로렐라', 항산화 효과로 주목받았 '노니', 체지방 분해와 혈액순환 개선 효과를 내세웠던 '크릴오일' 등도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결국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허위·과대 광고로 판명되며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건강식품 시장에서 과학적 검증보다 얄팍한 마케팅이 선행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이러한 건강식품 소비 패턴이 유행에 민감한 외식 시장의 흐름과 닮아 있다는 것이다. 한때 골목상권을 점령했던 대만 카스테라부터 탕후루와 소금빵,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된 두바이 초콜릿에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 버터떡까지 특정 메뉴가 단기간에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쏠림 현상'이 건강식품 시장에서도 유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제약사에 의사까지 상업화에 편승 '눈살'

음식은 유행에 휩쓸려도 그만이지만, 건강과 직결된 영양제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유행처럼 소비되는 건강식품 시장의 모습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에 대한 맹신은 불필요한 경제적 손실을 낳을 뿐만 아니라, 장기에 무리를 주거나 과다 섭취에 따른 부작용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과학적 근거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약품을 만드는 제약사들마저 이러한 얄팍한 상업적 기류에 편승하고 있어 씁쓸하다. 소비자들은 대개 제약사의 이름이 붙은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신뢰를 보낸다. 누구보다 엄격한 안전성 기준을 인지하고 있을 제약사가 효능이 불분명한 제품을 앞다퉈 출시하는 모습은,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넘어 배신감마저 안겨준다.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기업이라면 스스로 이러한 기만적 행태를 경계해야 마땅하다.

이러한 혼란을 부채질하는 데에는 먹는 알부민의 효과를 전면에 나서서 홍보하는 일부 의료인의 책임도 적지 않다. 의료계 내부에서조차 의학적 근거가 없는 '먹는 알부민' 홍보에 열을 올리는 동료들의 행태를 두고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먹는 알부민이 피로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는 임상적 근거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며 "식품에 불과한 제품을 마치 특별한 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의사라는 전문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이용한 명백한 기만행위로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수익만을 쫓는 기업과 직업윤리를 저버린 의료인의 비윤리적 행태가 더해지면서 먹는 알부민에 대한 근거 없는 맹신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건강'과 '영양'이라는 그럴듯한 수식어를 앞세운 근거 없는 제품들이 소비자의 건강권과 선택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정부는 관리·감독의 고삐를 더욱 단단히 죄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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