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약품 판촉영업자(CSO)를 둘러싼 관리 책임 논의가 제약업계의 새로운 규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CSO는 제약사의 영업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며 의약품 판매 구조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지만,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불투명한 거래 관행과 불법 리베이트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정부가 관리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제약업계는 CSO를 통한 불법 영업 관행을 차단하고 의약품 유통 구조를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일부 CSO 시장에서는 제약사와 직접 계약한 판매대행업체가 다시 다른 CSO에 영업 업무를 맡기는 등 다단계 위탁 구조가 형성돼 있어, 원청 제약사에 광범위한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CSO 활용시 의약품 영업 효율·비용 절감 효과
3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제약사와 CSO 간 거래 구조를 정비하고, CSO의 불법 행위 발생 시 원청 제약사의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위한 CSO 관리·감독 체계 마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이르면 7월 중 최종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CSO는 제약사가 자체 영업조직 대신 외부 전문 조직에 의약품 판촉(영업) 업무를 맡기는 방식이다. 전통적으로 제약사는 영업사원을 직접 고용해 의료진 대상 제품 정보 제공과 처방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약 개발 경쟁 심화와 연구개발(R&D) 비용 증가로 영업 효율성을 높이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CSO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중소 제약사는 전국 단위 영업망을 직접 구축하는 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CSO를 활용하면 지역별·진료과별 영업 인력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어 시장 진입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불법 영업 차단 위한 CSO 관리강화 필요성 제기
정부가 CSO 관리 강화에 나선 배경에는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약사법은 의약품의 처방·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등에 금전, 물품, 편의 등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제약사의 영업 활동을 대신하는 CSO가 이 같은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관리 필요성이 커졌다. CSO가 제약사를 대신해 영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업체가 처방 확대를 목적으로 의료진이나 의료기관에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다.
제약사가 CSO에 지급한 영업대행 수수료가 의료진이나 의료기관에 처방 대가성 경제적 이익으로 전달됐다면 불법 리베이트로 판단될 수 있다.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처방량 증가를 조건으로 한 금품 제공 △의료기관 대상 지원금 지급 △실제 용역보다 높은 판매 수수료 지급 △허위 학술행사·세미나 비용 처리 등이 거론된다.
이에 정부는 CSO를 통한 불법 리베이트 등 의약품 유통 과정의 불투명성을 해소하기 위해 관리 체계 마련에 나서왔다. 2024년부터는 CSO 신고제를 도입해 의약품 판매대행업체의 현황을 파악하고 관리·감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다만 신고제 시행 이후에도 다단계 위탁 구조 등 시장 내 복잡한 거래 형태가 남아 있어 추가적인 제도 정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청의 하청 CSO 시장…원청 책임 과도 주장
업계는 CSO를 통한 불법 영업 관행을 차단하고 의약품 유통 구조를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정부 방향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원청 제약사에 관리 책임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CSO 시장에서는 '제약사 → 1차 CSO → 2차 CSO'로 이어지는 등 제약사와 직접 계약한 영업대행업체가 다시 다른 CSO에 영업 업무를 맡기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영업 주체가 여러 단계로 나뉘면 제약사가 직접 계약한 CSO는 관리할 수 있지만, 실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최종 영업 주체와 구체적인 영업 행위까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정부가 원청 제약사에 연대책임을 부과하면 제약사는 계약 관계에 있는 CSO뿐 아니라 하위 재위탁 업체의 영업 활동까지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다단계 재위탁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채 원청 제약사에 무조건적인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은 과도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는 CSO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불법 행위를 차단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관리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불법 행위를 한 CSO에 대한 관리와 제재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다단계 위탁 구조에서 원청이 모든 영업 활동을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제약사와 CSO가 각자 관리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구분하고, 실제 이행 가능한 관리감독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