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을 돈 대폭 축소
현대상선은 이번에 유입되는 증자자금을 차입금을 갚는데 쓰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해운업황 악화로 10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데다 빚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2011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총 1조62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총차입금은 1조890억원 더 늘어 6조6044억원(6월말)에 이르고 있다. 총자산의 73.7%다. 이로인해 부채비율이 2010년말 242.9%에서 895.1%로 수직상승할 만큼 재무구조가 매우 나쁘다.
그러나 현대상선의 기대와는 달리 증자 발행금액이 대폭 축소되면서 빚을 갚는데 쓸 돈도 줄어들 수 밖에 없게 됐다. 현대상선은 증자자금을 만기 1년 이내의 유동성차입금 1조8410억원 증 내년 3~4월 만기가 도래하는 25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를 갚는 데 사용할 계획이었다.
◇실권주 발생땐 8% 웃돈
게다가 확정된 발행금액을 온전하게 조달할 수 있을지도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청약미달이라도 생기면 상황은 더 꼬일 수 있다. 대표주관회사인 대신증권 등 7개 증권사로 구성된 인수단에게 줘야하는 수수료 때문이다.
현대상선 증자는 오는 7~8일 주주청약, 12~13일 일반공모를 거쳐 15일 납입을 마무리짓는 일정이다. 일반공모 후 발생하는 최종실권주는 인수단이 전량 인수한다. 인수계약서를 보면 현대상선은 총모집금액의 1%인 기본수수료 외에도 인수단이 떠안게 되는 실권주에 대해서는 인수금액의 8%를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반공모후 현 발행금액의 40%(625억원) 가량 최종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현대상선은 기본수수료(16억원) 외에 50억원 가량을 인수단에 떼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현대상선에 유입되는 실제 자금은 1490억원으로 더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현대상선의 최종유입자금과 관련해서는 최대주주 현대엘리베이터(이하 현대상선 지분율, 특수관계인 포함 38.0%) 외에 다른 주주들의 동향이 1차적으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한때 현대상선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를 시도했던 현대중공업그룹(현대상선 소유지분 22.2%)과 현대기아차그룹의 현대건설(7.2%)은 지난해 말 증자 때 불참한 바 있다.
범현대가에서 이번에도 청약하지 않는다면 일반공모로 넘겨지는 물량이 그만큼 많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주주청약를 거쳐 일반공모 때까지 현대상선의 주가흐름이 실제 유입자금을 결정할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