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을 수식하는 단어들은 많다. '인수합병의 귀재' '마이더스의 손' 등 주로 LG생활건강의 성장과 관련된 단어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LG생활건강은 차석용 부회장의 부임 이전과 이후로 나뉠 정도로 경영성과가 극명하게 갈린다.
차석용 부회장은 2007년말 코카콜라음료를 시작으로 다이아몬드샘물, 더페이스샵, 한국음료, 해태음료, 바이올렛드림, 일본 긴자스테파니, 캐나다 후르츠앤패션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부임이후 최근까지 인수합병이 없이 지나간 해가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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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을 통해 LG생활건강은 화장품과 생활용품의 덩치를 키웠고, 음료사업을 보강해 사업 다각화도 성공했다.
인수합병의 결과도 좋았다. 코카콜라는 1년만에 흑자기업으로 변신했다. 최근에는 인수당시보다 매출이 두배 이상 커졌다. 더페이스샵 역시 LG생활건강 화장품 라인업에 힘을 더했다.
LG생활건강의 실적은 당연히 개선됐다.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8년 연속 흑자를 냈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5% 중반에 머물던 영업이익률은 두자릿수까지 상승했다. 주가 역시 50만원대까지 치고 올라왔다. 차 부회장 취임 당시 LG생활건강의 주가는 2만8000원대에 불과했다.
구본무 회장의 신임도 각별하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업무보고대회에서도 1번 타자로 나섰다. 2011년 이후 3년 연속이다. 그만큼 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졌다는 반증이다.
차 부회장은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코넬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 P&G에서 근무하다 1999년 한국 P&G 사장, 2001년 해태제과 사장을 역임하다 LG그룹에 합류했다. 지난 2011년말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차석용 부회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도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를 유지하며 지난 2005년 LG생활건강 사장에 취임한 후 10년째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켰다. 현재 LG그룹 부회장단 중에서 전문경영인으로는 가장 오래 CEO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차석용 부회장의 '치어리더 리더십'
"리더보다는 치어리더가 돼야 한다" 차석용 부회장이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최고경영자가 권위를 앞세워 무작정 끌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임직원들이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차 부회장의 이른바 탈(脫)권위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그의 집무실 문은 항상 열려 있다. 임원이 아니라도 누구든 필요하면 들어와 보고하라는 뜻이다. 가끔 택시나 KTX를 타고 사업장을 방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CEO가 간다고 사업장에서 의전이나 자료준비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 부회장은 외국계 회사에서 익힌 경험대로 개방적인 토의를 좋아한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다듬고 격려하는 것이 CEO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CEO로서 치어리더의 역할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소비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편리함을 주고, 회사가 발전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차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극세척도(克世拓道)'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자는 의미다. 기존 사업의 강화와 신규시장 개척은 물론 중장기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