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자사주 투자로 십 년 만에 200억원의 수익을 냈다. 300%가 넘는 투자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이는 그가 받는 연봉(작년 15억4400만원)과는 별개다. 그는 “의미 있는 일에 수익금을 쓰겠다”고 밝힌 상태다.
LG생활건강은 지난 3일 차 부회장이 보유중인 자사주 2만2000주를 전량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매각 단가는 48만~50만원 선. 현금 109억원 가량을 손에 쥐었다. 작년 12월에도 보통주 1만7888주와 우선주 3888주를 팔아, 109억원을 현금화했다. 이로써 차 부회장은 최대 5만3776주에 이르던 자사주를 대부분 팔았다. 현재 우선주 1만주만 남아있다.
지난 10년간 차 부회장은 총 94억원의 자사주(우선주 포함)를 사들였고, LG생활건강의 주가가 뛰자 몇 차례에 걸쳐 이를 299억원에 내다 팔았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처음 자사주를 매입한 때는 2005년 2월7일이다. 사장 취임 1개월만이다. 주당 2만8398원에 1만주를 샀다. 작년 말 최고 비싸게 팔았던 가격(57만2367원)과 비교하면, 20배 넘게 주가가 뛴 셈이다. 취임후 1년간 총 4만3000주를 매입했다. 14억793만원 어치다.
차 부회장은 이후에도 틈틈이 자사주를 사들였다. 2006년 1만7000주(10억8700만원), 2007년 3800주(5억6300만원)를 매수해 2008년 초에는 자사주가 최대 6만8000주에 이르렀다. 2006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여유가 생기는 대로 자사주를 추가 매입할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사주 사랑이 잠시 `식을` 때도 있었다. 2008년 12월과 2009년 12월 각각 1만8000주(31억원)와 1만7000주(48억원)를 장내매도했다. 2005년 2만원대에 머물던 LG생활건강 주가는 2009년 30만원대를 뚫고 있었다.
2010년 말부터 그는 다시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 2010년 12월 800주(3억원)를 시작으로, 2011년 9월에는 LG생활건강 보통주와 함께 우선주에도 투자한다. 작년 3월 차 부회장의 우선주는 3만9888주, 우선주 1만3888주를 보유하게 된다.
전문경영인이 사재를 털어 자사주를 샀다는 것을 시장은 ‘호재’로 해석했다. CEO에 대한 신뢰에다 차 부회장 특유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이 더해지면서 LG생활건강 주가는 고공행진했다. 지난해 주가는 역대 최고점인 69만7000원을 찍었다. 차 부회장은 작년 국내 100대 기업의 비(非)오너 임원 가운데 최고의 주식 부자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12월 차 부회장이 갑자기 자사주를 대량으로 팔자, 시장은 의문을 가졌다. 자사주 처분이 알려진 당일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회사 측이 나서 “차 부회장이 주식 투자 수익금을 전액 기부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진정됐다.
이번엔 차 부회장이 대부분의 자사주를 털어내자, ‘LG생활건강 대표 사퇴가 임박했다’는 설이 나왔다. 올 초 계열사인 더페이스샵과 코카콜라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것도 소문을 키웠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5일) 주가는 12% 급락했다. 이번에도 차 부회장은 수익금을 “의미있는 일에 쓰겠다”고만 밝힌 상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번 자사주 매각은 사장의 거취와는 무관하다”며 “코카콜라와 페이스샵은 인수 후 일정 궤도에 올라섰기 때문에 대표직을 사임했고, 앞으론 신사업에 역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