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또 다시 '불시 점검'에 나섰다. 장소는 현대제철 당진 제철소다. 지난 2007년~2008년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건설 당시 수시로 찾던 곳이다. 하지만 제철소 완공 이후에는 뜸했었다.
정 회장은 7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당진 제철소 안전사고와 관련, 제철소의 안전관리시스템을 직접 점검하기 위해서다.
◇ 정몽구 회장, 현대제철 잇단 사고에 '격노'
현대제철 당진 제철소에서는 지난해 9월 이후 모두 9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총 13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사고 때마다 현대제철은 강도 높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난 19일에도 사고가 발생, 또 1명의 근로자가 숨졌다.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7일 현대제철 당진 제철소를 불시에 방문했다. 그의 불시 방문은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현대제철 당진 제철소의 안전사고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
상황이 악화되자 정 회장이 직접 나섰다. 현대제철 당진 제철소는 그가 심혈을 기울인 곳이다. 제철소 건설 당시 정 회장은 수시로 현장을 방문했다.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헬기를 타고 당진으로 날아가 직접 현장을 확인했다.
그 때마다 정 회장은 '무(無)사고'를 강조했다. 작은 사고도 엄중 문책했다. 제철소 건설 당시 알게 모르게 많은 현대제철 임직원들이 옷을 벗었다. 그만큼 안전사고에 민감한 정 회장이다.
정 회장은 최근 발생한 사고에 대한 보고를 받고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달 안전사고 관련 임원을 전격 경질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불시 방문에서 "중대 재해사고 재발 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문책하겠다"며 "안전 예산과 전담 인력을 대폭 확대하라"고 주문했다.
◇ 안전 관련 투자 5000억원으로 확대
정 회장이 다시 당진 제철소행을 택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신형 제네시스를 앞세워 미국과 유럽 등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을 공략 중이다.
프리미엄 자동차에는 첨단 자동차용 강판이 중요하다. 신형 제네시스의 초고장력 강판 적용 비율은 51.5%에 달한다. BMW 5시리즈,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등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 대표 차량의 적용 비율(20~30%대 초반)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작년 11월 신형 제네시스 출시를 앞두고 현대제철 당진 제철소와 현대하이스코 당진 제2냉연공장 등을 방문해 자동차 강판 품질을 직접 점검했다. 현대제철의 잇단 사고는 곧 자동차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
현대제철은 작년 말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을 흡수 합병했다. 이를 통해 고급 자동차 강판을 생산할 계획이다. 그런데 현대제철의 잇단 사고는 자칫 자동차 강판 품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안전관련 투자예산도 지난해 12월 초 발표한 12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확대 집행할 예정이다. 안전관리 인력 역시 기존에 발표한 150명에서 200명으로 확대·충원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