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올 상반기 실적은 우울 그 자체다. 그룹 전체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부진하자 그 여파가 다른 전자계열사들까지 미친 모양새다. 삼성물산 등 다른 계열사들의 실적이 회복세를 보였지만 삼성전자의 부진을 메울 수는 없었다.
사실상 비상경영에 돌입한 삼성전자로 인해 그룹 전체의 긴장감 역시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도 실적개선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고백까지 내놨다. 스마트폰으로 시작된 삼성전자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고, 이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지가 앞으로 관심사다.
◇ 스마트폰 부진..계열사 타격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된 지난달 8일. 증권가에서는 바로 '어닝쇼크'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7조20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2분기가 시작할때만 해도 8조원 중후반에서 9조원 초반, 그 이후 8조원 전후로 예상되던 영업이익 전망치를 크게 하회했다.
특히 주력사업인 스마트폰의 수익성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2분기 삼성전자 IM부문의 영업이익은 4조4200억원. 비수기라는 1분기보다 31% 줄었다. 전체 영업이익 규모 역시 하향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부진하자 삼성SDI와 삼성전기 등 수직계열화된 전자계열사들의 실적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스마트폰 배터리를 맡고 있는 삼성SDI의 2분기 매출은 1조원이 넘었지만 영업이익은 고작 7억원에 불과했다. 그나마 1분기 389억원의 적자를 벗어난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했다.
카메라모듈 등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기의 실적 역시 부진했다. 매출은 1조8000억원대에 달했지만 영업이익은 212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2분기에 비해 영업이익 규모가 90% 가량 감소했다.
문제는 당분간 이들 계열사의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하반기에도 실적개선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언급했다. 연중 가장 성수기라는 3분기에도 실적개선을 자신하지 못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최근 사실상 비상경영에 돌입한 삼성전자가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 여부에 따라 삼성전자는 물론 전자계열사들의 실적이 좌우될 전망이다.
◇ 중공업·물산 회복은 위안
삼성전자가 부진했지만 중공업과 건설 등은 나름대로 의미있는 실적개선을 이뤄냈다.
지난 1분기 362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삼성중공업은 2분기 262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부진한 실적이지만 대규모 적자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앞으로 실적 개선 가능성을 높이는 모습이다.
삼성물산의 실적도 개선됐다. 삼성물산은 2분기 145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도 증가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260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56% 늘어났다. 건설부문만 따질 경우 2분기 영업이익은 13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854억원에 비해 52.2%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으로는 2403억원으로 지난해 1467억원에 비해 63% 늘었다.
지난해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던 삼성엔지니어링도 3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2분기 영업이익은 771억원을 기록했고, 상반기 누계로는 107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3084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상황이다.
삼성 관계자는 "다른 사업들의 실적은 소폭이나마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삼성전자 부진이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며 "앞으로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