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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이 희망]GS칼텍스, 탄소섬유에서 희망 찾기

  • 2014.11.14(금) 09:55

정제과정에서 나온 찌꺼기로 탄소섬유 제조
바이오부탄올 등 바이오소재 상업화 준비

중후장대로 대표되는 전통 제조업이 미증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철강 조선 석유화학 건설 등 한국경제를 이끌어왔던 간판 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앞날을 낙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쫒아오고 엔저로 기력을 회복한 일본의 방어망도 탄탄하기 때문이다.

 

이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R&D 투자를 늘려 핵심기술을 더 많이 확보하고 고도화해야 한다. 공정과 일처리 방식도 효율화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 기업들은 각자 분야에서 수준급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보유한 세계 ‘톱’ 기술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본다. [편집자]

 

GS칼텍스는 국내 주유소 시장 점유율 2위인 대표 에너지 기업이다.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을 만들어 주로 해외시장에 판다.

 

특히 GS칼텍스는 정유사업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정제 고도화설비에 투자했다. 현재 GS칼텍스의 고도화비율은 34.6%로 현대오일뱅크(36.7%)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생산물량으로는 하루 26만8000배럴로 가장 많다.

 

▲ GS칼텍스 여수 공장

 

하지만 석유제품 수요는 성장이 더딘 가운데 공급량이 늘어나며 정제마진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GS칼텍스는 정유사업에서 연이어 적자를 내며 영업손실을 입고 있다. 지난 2분기(710억원)에 이어 3분기에도 19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GS칼텍스는 정유사업 비중이 80%에 달한다. 그 만큼 신사업 진출을 통한 다각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탄소섬유'와 '바이오소재'다. 아직까지는 상업화되지 않아서 버는 돈은 없다. 하지만 GS칼텍스는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기술혁신을 통해 신성장동력으로 키워내겠다는 목표다.

 

◇ 잔사유에서 만드는 탄소섬유

 

탄소섬유는 최근 산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소재다. 철보다 강도는 10배 세지만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해 초경량 미래소재이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피치(Pitch)계 탄소섬유를 만든다. 피치는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잔사유(찌꺼기)나 콜타르를 증류해 남은 물질이다. 원유 정제시설을 갖춘 GS칼텍스 입장에선 일거양득인 셈이다. 특히 피치계 탄소섬유는 팬(PAN)계나 레이온계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고, 탄성과 열전도성이 뛰어나다. 

 

▲ 활성 탄소섬유로 만들어진 직물

GS칼텍스는 현재 실험실보다 더 큰 규모인 벤치스케일 생산설비를 통해 활성탄소섬유의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활성탄소섬유는 활성탄보다 흡착속도가 우수해 공기청정기 등 정화용 제품과 정수기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금속으로 된 자동차 차체 및 부품을 대체할 수 있는 탄소섬유를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과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GS칼텍스가 개발한 탄소섬유인 LFT(Long Fiber Reinforced Thermoplastic, 장섬유 강화 열가소성수지)소재는 기아자동차가 최근 출시한 ‘쏘렌토’의 파노라마 선루프 프레임에 적용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이 소재 개발의 핵심은 탄소섬유에 다양한 플라스틱 수지와 첨가제를 배합하고, 여기에 GS칼텍스의 독자적인 LFT 가공기술을 접목시키는 것”이라며 “강성과 내충격성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부품의 후변형을 억제할 수 있는 기술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소재의 철 강판 대비 50%의 중량 저감 효과가 있어 연비 향상과 차체 안정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전기차용 부품에도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또 다른 미래의 주역, 바이오

 

GS칼텍스는 차세대 바이오 연료이자 화학물질인 ‘바이오 부탄올’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바이오 부탄올은 바이오 디젤, 바이오 에탄올과 함께 3대 바이오 에너지로 불린다. 바이오 에탄올보다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엔진 개조가 없어도 휘발유 차량용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기존 연료의 수송과 저장 인프라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강점이다.

 

GS칼텍스는 2007년부터 바이오 부탄올 연구를 시작해 양산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했고, 지속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생산 핵심 기술인 미생물 발효성능을 상용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40건 이상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했다.

 

▲ GS칼텍스의 바이오 부탄올 연구 현장

 

올해에는 비식용 원료인 목·초본계 바이오매스 유래(由來) 혼합당(C5+C6) 발효에 의한 바이오 부탄올 생산 기술개발에 성공했고, 정부로부터 ‘NET 신기술 인증’(정부가 국내 최초로 개발된 기술 또는 기존 기술을 혁신적으로 개선한 기술 가운데 상업화가 가능한 기술을 인증하는 것)을 획득해 기술성능과 경제성, 친환경성 등의 분야에서 인정받았다.

 

현재 GS칼텍스가 생산하는 바이오 부탄올은 본드나 페이튼 등에 쓰이는 점착제, 식품과 비누 화장품 등에 향을 주기 위해 사용되는 착향료, 기타 용제 등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GS칼텍스는 바이오 나일론과 2·3 BDO(투·쓰리 부탄디올) 상업화도 준비하고 있다. 바이오 나일론은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 바이오매스로부터 만들어진 피롤리돈(바이오 나일론을 만드는 중간물질, MSG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을 원료로 고분자 중합(重合)을 통해 제조된다. 섬유나 엔지니어링플라스틱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면섬유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흡습율이 뛰어난 친환경 소재다.

 

2·3 BDO는 바이오매스로부터 미생물 발효를 통해 생성되는 물질이다. 보습과 방부 특성을 이용한 화장품 소재, 결빙방지제, 열전달매체 등으로 사용될 수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확보된 바이오 나일론 생산 기술을 바탕으로 장치와 프로세스를 상업화 규모까지 확대할 것”이라며 “2·3 BDO와 관련해선 균주(菌株) 및 생산 공정 관련 특허를 확보하고 시험 생산 기술 개발을 완료해 수요시장을 늘리면서 신규 응용처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GS칼텍스의 바이오 부탄올 생산 기술
바이오 부탄올은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에서 나오는 당 물질을 발효시켜 생산한다. 기본 성질이 달기 때문에 미생물이 잘 달라붙어 쉽게 발효되고, 식용으로도 사용된다. 반면 GS칼텍스가 개발한 기술은 비식용인 목·초본계(나무 부스러기나 볏짚 등)에서 나오는 물질로 바이오 부탄올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 경우 미생물이 잘 달라붙지 않아 자연 발효는 쉽지 않지만 중간물질인 C5와 C6를 혼합해 발효시켜 바이오 부탄올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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