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현대차, LG 등 가전과 자동차 업체들이 글로벌 환율전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1분기 실적이 공개된 결과 각 기업마다 수천억원 가량의 환율 영향을 받아 이익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지난 29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TV 등 세트사업에서 유로화와 이머징 국가의 통화 약세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밝혔다. 전체 영업이익에는 약 8000억원 수준의 부정적인 환영향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5조9800억원으로 만일 환율 영향이 없었다면 6조원 중후반대 영업이익도 가능했던 상황이었다. 웬만한 대기업 계열사의 1년치 영업이익이 날아간 셈이다.
환율 영향에 따라 삼성전자 TV사업 실적은 좋지 못했다. TV사업의 1분기 매출은 6조2200억원으로 전분기대비 36% 감소했다. TV사업이 포함된 소비자가전(CE)부문은 1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 각지에서 사업을 하는 삼성전자는 별도 환헷지보다 결제통화를 다변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환 리스크를 분산해 왔다. 하지만 글로벌 환율전쟁이 벌어지며 유로화와 러시아 루블화, 브라질 헤알화 등 통화들이 약세를 보인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 1분기 루블화는 루블당 17.6원으로 전년대비 42% 하락했다. 유로-원도 전년대비 19% 하락한 1188원을 기록했다. 헤알화도 달러 대비 거의 20% 가까이 떨어졌다.
LG전자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TV사업을 맡고 있는 HE사업본부는 1분기 4조436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분기보다 18%, 전년동기대비로는 5% 줄었다.
LG전사 사업부문 내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했지만 6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4조78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지난해 1분기 216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환율 영향이 그대로 나타난다.
LG전자는 지난 1분기 약 6000억원 정도의 부정적 환율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1분기 전체 영업이익이 30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업이익 두배 규모의 환율 영향을 받은 셈이다.
자동차업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분기 전년보다 3.3% 감소한 20조942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18.1% 급감한 1조5880억원에 머물렀다.
현대차는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유럽과 러시아, 브라질 등의 통화 약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현대차 전체 매출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16%다. 현대차의 전체 판매 비중(중국 제외) 중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4.7%다. 그만큼 이들 지역의 통화 약세는 현대차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기아차가 받은 충격은 더 컸다. 1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6.3% 감소한 11조177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무려 30.5% 감소한 5116억원에 그쳤다. 전체 판매에서 상대적으로 수출비중이 높은 기아차 입장에서 글로벌 환율변동의 충격은 더 크게 작용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같은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도 환율 변동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세트사업에서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늘려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역시 "2분기 이후 수익성은 앞으로 환율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안정되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