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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환율이 온다]㊦살 길은 '기술·품질'

  • 2015.08.11(화) 15:16

환율효과 기대 낮추고 비가격 경쟁력 높여야

수출 경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수출 상대국인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고, 또 다른 시장인 신흥국의 통화가치도 동반 하락하면서 무역 신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기업의 채산성(수출시 이익을 얼마나 낼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을 높일 수 있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예전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시장 다변화를 꾀하고 환율의 영향에서 벗어난 비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 환율효과, 빛과 그림자 공존

 

원화환율이 오르면 수출 중심 기업들은 '실적 개선'이란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출 기업들도 마냥 환율 효과만을 기대할 순 없는 상황이다. 치솟는 달러화 가치로 인해 신흥국 및 중국 통화 약세가 이어져 글로벌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신흥국 시장의 제품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연 평균 원화환율이 10원 오르면 영업이익이 4000억원 이상 늘어난다. 그러나 달러 강세로 신흥국 통화의 약세 현상이 나타나면서 신흥국 시장의 IT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결국 원화 약세가 신흥국 통화 약세보다 더 큰 폭으로 진행돼야 환율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자동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원화환율 상승은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에게 긍정적 요소다. 원화환율 10원 상승시 현대차는 1000억원, 기아차는 1300억원의 영업이익 개선효과가 있다. 반면 경제 성장이 주춤한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과 루블(러시아) 및 헤알(브라질)화의 가치 하락은 부정적 요소다. 

 

원재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기업은 재료비 부담이 커진다. 곡물 등 원재료 수입 비중이 큰 음식료업체와 원유 수입량이 많은 정유 및 화학업체가 대표적이다.

 

또 국내 대기업들은 대부분 외화 부채를 이용해 환율 변동에 대비하는데, 외화 부채 비율이 높으면 원화환율 상승시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원화환율이 10원 오르면 영업이익이 원유 구입 과정에서 110억원, 외화 부채를 통해 287억원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항공업계 역시 달러 부채가 많아 환차손이 커질 수 있고, 해외로 나가는 항공여객 수요가 줄어 매출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 자료: 하이투자증권

 

◇ 환율효과만 믿어선 안돼 

 

이처럼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효과가 현 시점에선 제한적이다. 원화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통화 가치도 일제히 하락하고 있어 경쟁력 강화 요인이 되지 않고 있고, 주요 수출국의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아서다.

 

올 상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5.1% 감소한 2687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미국을 제외한 중국과 유럽, 신흥국 등 대부분 지역으로의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지역별 수출증가율을 보면 미국이 5.5% 증가한 반면 중국 -2.1%, 일본 -17.6%, 아세안 -13.9%, 유럽 -14.7% 등 대부분 지역에서 부진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일본과 유로존의 경기 회복 지연과 함께 원화 대비 엔화 및 유로화의 약세를 원인으로 꼽았다.

 

▲ 자료: 한국은행 및 한국무역협회

 

우리나라의 대외 수출국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지난 1분기 기준 대중국 수출은 전체의 25.4%를 차지했고 이어 미국(12.3%)과 유럽(9.0%), 일본(5.6%) 순이었다.

 

수입 수요는 그 나라의 실질 소득 증가에 영향을 받는데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 자연스레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

 

이런 이유로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는 수출에 치명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중국의 경제성장률과 실질실효환율, 국제유가 상승률 등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우리나라의 총수출 증가율은 1.7%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더해 유럽의 경기도 부진해 미국을 제외한 대외 수출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우선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중국은 현재 경제성장이 둔화돼 중간재(소비재나 생산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쓰이는 원료나 부속품 등 중간에 소요되는 재화) 수입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그런 만큼 국내 수출 제품을 중국의 내수 시장 변화에 적합한 상품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천구 선임연구원은 “현재 중간재 위주인 대중 무역을 중국의 경제구조 변화에 맞춰 소비재나 자본재 중심으로 전환해 중국의 내수시장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며 “중국 소비 시장에 대한 분석과 현지 맞춤형 마케팅 및 제품 개발을 통해 중국 소비시장을 선점하고, 국내 서비스 업계의 중국 진출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환율과 상관없는 비가격 요소의 경쟁력도 강화해야 한다. 당분간 달러화의 강세로 원화환율 상승은 지속되겠지만 엔화 및 유로화와 비교하면 원화가치는 앞으로도 고평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과 유럽은 우리나라와 수출 경합도가 높은 산업이 많다. 전자와 자동차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 만큼 연구·개발을 통해 세계 선도제품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다.

 

김천구 선임연구원은 “일본과 유럽으로의 수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품질, 문화 등 비가격 경쟁력을 높여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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