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리스 문제의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화 가치가 올라가고 있어서다.
이와 함께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돈을 빼 가는 것도 환율 상승에 불을 붙였다.
실제 미국의 금리인하가 단행되고,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이탈이 지속되면 달러화 가치는 계속 올라가게 된다. 이런 이유로 하반기에도 원화 환율의 상승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원화 가치, 더 떨어진다
지난 7일 기준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 당 1166.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129(12.4%)원 상승한 수치다.
그 동안 미국은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장에 돈을 푸는 정책을 시행해왔다. 지속적으로 저금리 상황을 유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든 만큼 금리인상 시점이 다가왔다. 이렇게 되면 신흥국에 몰렸던 자금이 높은 금리를 좇아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달러의 가치가 올라가게 된다. 이런 이유로 자연스레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하락, 원화 환율은 오르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도 낮다. 지난 6월 정부는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는 원화의 강세를 억제하기 위함이다.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로 쌓인 돈을 해외시장에 투자해 수출 기업의 채산성을 개선하고 가계 소득 증가를 이끌겠다는 계획이었다.
박형중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부로서는 환율 상승에 거부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며 “환율이 상승해도 정부가 이를 억제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보단 환율 상승을 용인하는 쪽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도 환율 상승 요인이다. 중국 정부가 통화부양책에 이은 위안화 약세 정책으로 환율전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진 까닭이다.
실제 중국 정부는 지난 6월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1440억 달러(약 168조원)을 주식시장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부양을 위해 증시 뿐 아니라 외환시장에도 중국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증시 불안은 원화를 포함한 신흥국 통화의 약세 압력”이라며 “중국이 환율전쟁에 가세하면 신흥국 통화는 물론 원화의 추가 약세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수출환경 개선.. 기대 만큼은 아냐
원화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에게 유리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한 제품을 달러로 결제해 들여올 때 더 많은 원화를 받을 수 있어서다.
자동차 업종이 대표적이다. 현대차의 경우 원화환율이 10원 오르면 매출이 1200억원 늘어나는 수준이다.
원·엔 환율은 지난 6월 말 100엔 당 900원을 밑돌았지만 지난달 말에는 100엔 당 950원선을 회복했고 원·유로 환율 역시 유로 당 1270원대로 반등했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수석연구원은 “그 동안 원화는 엔화 및 유로화 등과 비교해 강세를 보였는데 원화환율이 오르면서 이런 현상도 잦아들고 있다”며 “주요 신흥국 통화에 대해서도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통해 원화 강세로 수출이 크게 줄었던 일본이나 유럽,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는 신흥국 시장에서 수출기업들의 수출환경이 나아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예전처럼 원화 약세 효과를 크게 보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원화 약세의 흐름이 국내 정책의 힘이 아니라 대외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달러 대비 다른 나라들의 통화도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박형중 팀장은 “다른 통화와 차별화된 원화만의 고유한 약세가 아닌 비 달러 통화들이 전반적으로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원화 약세의 정도가 그 동안 이어졌던 강세를 불식시킬 수 있을 만큼 강하지 않다면 원화 약세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의 크기는 저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