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황사로 시작된 대기오염 위협이 미세먼지를 통해 더욱 날카로워졌다. 이제 미세먼지 농도는 아침 일기예보에서 꼭 확인해야 하는 항목 중 하나가 됐다. 나도 모르는 사이 들이마시는 미세먼지를 막으려면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미세먼지는 먼지 핵에 여러 종류의 오염물질이 엉겨 붙어 만들어져 호흡기를 통해 인체 내에 유입될 수 있다. 입자가 미세할수록 코 점막을 통해 걸러지지 않고, 흡입하면 폐포까지 직접 침투해 천식이나 폐질환 질병을 유발한다. 최근 들어 입자 크기가 2.5㎛ 수준인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자 국민들의 불안감이 이전보다 더 커졌다. 정부가 미세먼지 절감 대책 마련에 나선 이유다.
▲ 정부는 지난 3일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내놓았다. 한 때 친환경차로 분류했던 경유차를 미세먼지 원인으로 지적하며 규제를 강화하고 혜택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미세먼지 발생원인과 대책 시행 시 가져올 효과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결국 미세먼지 원인에 대한 논란과 함께 국민 불안감만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 이명근 기자/qwe123@) |
문제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이유 중 하나가 정부의 무지한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미세먼지는 자연적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황사와 달리 주로 연소 작용에 의해 발생한다. 화력발전이나 공장을 비롯해 수도권의 경우 경유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2009년 경유차를 ‘클린디젤’이라고 강조하며 친환경차에 포함, 보급 확대에 주력했던 정부 결정이 미세먼지의 결정적 원인인 셈이다.
당시 정부는 휘발유차보다 경유차가 연비가 좋고, 지구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 등 이상기온 현상을 막기 위해 탄소배출 규제 강화 등이 거론되자 탄소 배출량이 적은 경유차를 친환경차로 활용한 것이다.
이와 달리 유럽 선진국에선 2011년부터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많은 경유차에 대한 규제강화, 친환경차인 전기차 보급 확대를 통해 경유차 비중을 줄이고 있다. 노르웨이의 경우, 지난해 경유차 비중은 40.8%로 2011년보다 34.9%포인트 급감했고, 같은 기간 프랑스는 15.7%포인트 줄어 57.2%로 낮아졌다. 영국과 스페인 등도 경유차 비중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또 정부는 2012년부터 민간 화력발전소를 허용했다. 이 때문에 화력발전소 숫자도 크게 증가, 현재 전국에 화력발전소는 53기이며 앞으로 24기의 화력발전소가 더 생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미세먼지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발생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뒤늦게 대책을 내놓았지만 상황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여전히 미세먼지가 생기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채, 경유차를 주요 발생원으로 지적하며 관련규제 강화 및 혜택 감소에 정책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경유차가 미세먼지 주범이라는 점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많다. 국립환경과학원 뿐 아니라 연구기관마다 연구 결과가 다르고, 어디서 어떻게 측정해 나온 결과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또 경유차가 줄어들면 미세먼지가 얼마나 감소할 지에 대한 예측도 하지 못한다. 국민들은 실제 미세먼지가 줄어들 수 있을지도 알지 못하고 그저 부담만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정책을 만들지만 이를 직접 체감하고 실행하는 것은 국민이다. 국민이 정책을 납득하지 못한다면 정책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 대책이 그렇다. 국민들은 미세먼지 걱정에서 해방되길 원하지만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을 믿지 못한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환경문제는 자연적 조건을 비롯해 국내 산업구조와 국민들의 생활습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한다. 그런 만큼 면밀한 조사를 통해 원인을 찾고, 그 결과가 반영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야 국민들이 관련 대책을 받아들이고 실행해 정책 효과가 제대로 발현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