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미국과 무역을 통해 거둔 흑자규모를 부가가치 기준으로 환산하면, 기존에 알려진 규모의 20%로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22일 '미국의 무역구조를 통해 본 우리의 대미 무역전략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이렇게 밝혔다.
지금까지 일반적인 무역량 산정방식은 국경을 넘어 거래되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계산에 넣어왔다. 그러다보니 최종재와 최종재에 포함된 중간재가 구분되지 않아 무역흑자 규모가 부풀려지는 결과가 발생했다. 예를 들어 100만원 짜리 핸드폰을 미국에 수출할 때 다른 나라에서 수입한 핸드폰 부품 가격을 빼지 않고 무역수지를 계산하는 식이다.
실제 부가가치를 정확하게 계산하기 위해서는 최종 가격에서 수입한 부품 가격을 빼야 한다. 중복되는 부분을 없애 실질적인 수출 기여도를 산정하는 것이 '부가가치 기준 산정법'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2014년 대미 무역수지는 345억 달러에서 72억 달러로 감소한다. 기존 수치에서 80% 감소한 것이다. 이 감소폭은 미국의 주요 교역국인 일본(69.3%), 독일(65.6%), 중국(45.1%)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김경훈 연구원은 이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통상압박을 가하는 데에 대응 논리로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보호무역주의적 통상정책을 추진하며 중국을 비롯한 주요 무역 대상국에 통상 압박을 가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실질 무역수지가 감소하는 이유로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상품의 부가가치가 높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미국에게 있어 우리나라는 6번째로 큰 무역대상국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주로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휴대폰, 컴퓨터부품, 타이어, 냉장고를 수출하고 있다. 이 수출 상품들은 대체로 원자재, 중간재 해외조달 비중이 높아 부가가치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우리나라 전체 최종재 수출총액 대비 부가가치를 따지는 '최종재 부가가치율'은 63.3%로, 다른 주요국보다 낮다. 미국은 87.2%, 중국은 82.6%, 일본은 78.9%다.
김경훈 연구원은 "글로벌 분업구조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며 "부가가치 창출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관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