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수소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섰다. 현대차의 장점인 그룹 내 수직계열화를 이용, 수소차 핵심 부품을 일관 대량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등 공격적인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충북 충주에 위치한 기존 친환경차 부품 전용생산단지 내 수소전기차 핵심부품 생산을 전담하는 공장을 신축하고 내달부터 시험 가동에 들어간다. 약 700억원이 투입된 이 공장은 수소차 핵심부품들이 결합된 ‘파워트레인 연료전지 통합모듈(PFC)’을 연 3000대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이 공장은 향후 수소차 시장 수요 증가에 맞춰 수만 대 규모로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상황에 따라 공격적으로 설비를 늘려 시장 지위를 강화하겠다는 현대차의 전략이 깔려있다.
◇ 모두 '전기차' 외칠 때 현대차는 ‘수소차’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사랑은 남다르다. 1998년 연료전지 개발을 시작으로 2003년 독자개발한 스택을 탑재한 수소전기차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2006년 수소차 독자 개발에 성공했고 주요 부품의 국산화를 이루는 등 1차 목표를 달성했다.
2013년에는 세계 최초로 투싼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 17개국에서 판매를 지속하고 있다.
올 3월 열린 ‘2017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항속거리(완충 시 주행거리) 800km 이상을 목적으로 개발된 4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이 적용된 ‘FE 수소전기차 콘셉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번 공장 증설도 현대차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다. 경쟁사의 경우 일부 단위 핵심부품만 생산라인을 제한적으로 확보·운영 중인 것과 달리 현대차는 전체 핵심 부품을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처음으로 일관 종합생산체제를 구축했다.
특히 현대차는 수소차의 핵심 부품인 연료전지 스택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이 부품은 저장된 수소와 공기 중 산소를 화학반응 시켜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다. 이 장치는 차량연비와 내구성 등 성능을 결정짓는 얇은 필름형태의 막전극접합체(MEA)가 주요 구성품인데, 그 동안에는 수입에 의존해왔다. 현대모비스는 MEA 생산부터 수백 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시스템 조립까지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완성한다.
이와 함께 연료전지시스템 전체 무게도 10% 경량화 하는데 성공, 전체 출력 성능을 15% 개선했다.
▲ 현대모비스는 충주공장(사진) 내 수소전기차 핵심부품 생산 전담 공장을 신축하고 내달부터 시험 가동에 들어간다. 이를 통해 향후 수소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려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경쟁력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
이번 신공장 구축을 통해 수소차 경쟁력 강화 뿐 아니라 내년 초로 예정된 수소차 출시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올 6월 가진 코나 발표회에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맞춰 SUV 수소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라며 “전기차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배터리 뿐 아니라 수소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연구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수소전기차를 포함한 31개의 차종을 개발해 친환경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 전기차 다음을 본다
각국의 환경규제 강화에 힘입어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도 ‘아이오닉’을 통해 친환경 풀 라인업을 갖췄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미미하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 순위에서 순수전기차(EV) 시장은 테슬라가,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 시장은 도요타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반면 현대차는 두 시장 모두 아직 톱10에 진입하지 못한 상황이다. 반면 수소차 시장에선 기술력 등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확산되면서 일각에서는 전기차 동력원인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달리 수소 전기차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만들어진 전기를 동력으로 해 궁극적인 친환경차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에 2020년 이후에는 대다수 완성차 업체들이 자체 경쟁력을 갖춰 수소전기차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경우, 2020년부터 수소전기차 생산을 본격화해 2030년까지 100만대 규모로 확대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가 전기차 후발주자로서 선두업체 추격을 지속하면서도 수소전기차 시장 선점이란 두 토끼를 잡기 위해 주력하는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글로벌 양산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면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누가 먼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