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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알짜 부동산 팔아 '현금' 모으는 까닭은?

  • 2018.12.27(목) 14:45

분당 U타워, 3100억 받고 하이닉스에 매각
비주력사업도 정리…바이오·제약 집중투자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가 부동산이나 성장성이 낮은 사업을 잇따라 매각하며 현금확보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SK㈜는 오는 31일 경기도 성남 분당구에 소재한 'SK U-타원'를 계열사인 SK하이닉스에 3086억원에 매각키로 했다.

SK C&C가 2005년 준공해 신사옥으로 사용중인 SK U-타워는 지상 28층, 지하 6층에 연면적 8만6803㎡(2만6257평)에 이르는 건물이다. 성남대로와 정자역을 끼고 있는 알짜 부동산으로 꼽힌다. 현재 입주기업은 SK㈜의 사업부문이 된 C&C와 SK하이닉스 두 개뿐이다.

SK㈜는 사옥을 매각해 3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하는 대신 연간 111억원의 임차료를 내고 이 건물에 세입자로 살기로 했다. 임차기간은 내년 1월1일부터 2020년 12월31일까지다.

SK㈜ 관계자는 "자산효율화를 통해 투자재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건물을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때마침 낸드플래시 연구개발 인력이 근무할 공간이 부족했던 SK하이닉스가 동의해 매매가 이뤄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보안이나 교통문제에 대한 걱정없이 기존 건물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우수인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부동산' 대신 '현금'…비주력사업도 매각

 

SK㈜가 자산매각에 나선 것은 환금성이 낮은 부동산보다는 현금을 보유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불황일수록 기업들의 현금확보 성향이 강해지는 점을 감안하면 SK㈜가 앞으로의 경기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SK㈜의 별도 기준 재무제표를 보면 지난해부터 올해 9월까지 이 회사가 취득한 토지와 건물은 전무했다.

SK㈜의 자산매각은 부동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비핵심사업인 온라인 및 오프라인 중고차사업을 접기로 결정한 뒤 올해 초 해당사업을 각각 호주 중고차업체와 사모펀드에 넘겨 총 4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했다. 중고차사업은 영세 자영업자가 많고 진입장벽도 낮아 대기업에는 적합하지 않은 '레드오션'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에는 해운시황 악화로 고전하는 SK해운의 경영권을 돈 한푼 안받고 사모펀드에 넘겼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돈을 대느니 차라리 다른 주인을 찾도록 해주는 게 낫다는 판단으로 볼 수 있다.

◇ 바이오·제약 등 신사업에 현금 집중투입

 

그렇다고 SK㈜가 무조건 팔기만 한 건 아니다. 오히려 돈이 될만한 사업에는 과감한 인수합병(M&A)과 투자로 사업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대표적인 게 바이오·제약사업이다. SK㈜는 지난해 11월 중고차사업 매각 결정을 내린지 약 열흘만에 SK바이오텍 유상증자에 참여해 1725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돈은 아일랜드에 위치한 원료의약품 생산공장(現 SK바이오텍 아일랜드) 인수에 사용됐다.

최근에도 미국 의약품 위탁개발 및 생산업체인 앰팩(AMPAC) 지분 100%를 7억2000만달러(우리돈 8223억원)에 인수하는 등 바이오·제약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SK㈜ 관계자는 "지난해 총 투자액 1조5000억원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 바이오∙제약과 에너지 등 미래 신성장 동력 육성을 위한 글로벌 투자에 썼고, 올해 그 비율은 90%에 달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초 열린 신입사원과 대화에서 "공유할 가치가 없다면 보유할 가치도 없다는 생각으로 공유 인프라 전략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공유 인프라 전략도 자산효율화 일환

 

돈 안되는 사업이나 묵혀둔 자산을 처분하는 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철학과도 맥이 닿아 있다.

최 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임직원들에게 사업모델과 기업문화 혁신, 자산효율화 등을 강조했다. 2016년 6월에는 그 유명한 '서든데스(Sudden Death·갑작스러운 죽음)' 발언이 나왔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각오로 사업체질을 바꿔야한다는 주문이다.

SK그룹이 주유소를 개방하는 등 '공유 인프라' 전략을 추진하는 것도 자산을 움켜쥔 채 서서히 말라가느니 외부에 문을 열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최 회장의 철학에 따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남들도 탐하지 않는 자산을 굳이 들고 있을 필요가 있냐는 문제의식이 계열사 사업재편, 유휴자산 매각 등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SK의 '딥체인지'도 결국엔 내부의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자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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