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이웅열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사임한 코오롱그룹의 주력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사업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외형은 3년래 최대 수준을 회복했지만 이익이 급격히 줄었다.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2010년 분할한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화학섬유 사업 전반의 원자재 비용 부담이 커진 것이 타격이 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로서는 그룹 수장이 갑작스럽게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수익성을 정상화해야하는 시험대에 올라서게 된 셈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4조7529억원, 영업이익 1452억원, 순이익 433억원의 실적이 잠정 집계됐다고 19일 밝혔다. 재작년과 견주면 매출은 3.2% 늘었지만 영업익은 26.6%, 순이익은 64.7% 급감한 것이다.
매출 외형은 지난 2015년(4조8565억원) 이후 3년만에 가장 많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010년 코오롱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코오롱과 분할한 이후 가장 적은 것이다. 종전 최소 영업익은 2014년 1688억원이었다.
연간 영업이익률도 3.1%에 그치며 분할 후 9년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이 회사 영업이익률은 분할 이듬해인 2011년 7.4%에 달했지만 2014년 3.2%까지 떨어졌고, 이후 다시 회복했다가 2년 연속 하락하며 역대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작년 4분기 실적만 따로 보면 매출 1조3274억원, 영업이익 315억원, 순손실 187억원이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과 견줘 매출은 6.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9.5% 감소하고, 순손익은 111억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연간 실적을 사업부문 별로 봐도 필름/전자재료 부부문만 적자를 줄였을 뿐 그외 모든 사업에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산업자재 부문은 연매출 1조7865억원, 영업이익 915억원을 기록했다. 타이어코드, 아라미드 등을 주력제품으로 가진 이 부문은 전년대비 매출은 3.9%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22.5%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5.1%로 1년새 1.8%포인트나 급락했다.
이 부문 4분기 영업이익률은 4.2%로 연중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일회성 비용 반영과 원료가격 상승분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석유·페놀·에폭시수지를 생산하며 가장 높은 이익률을 올리는 화학부문도 수익성이 악화됐다. 매출은 전년보다 3% 많은 9003억원, 영업이익은 11.8% 감소한 839억원을 기록해 전년 두 자릿수(10.9%)였던 영업이이익률이 한 자릿수(9.3%)로 하락했다.
줄곧 적자를 내는 필름/전자재료 부문은 손실을 줄였다. 매출은 5580억원으로 11.7% 늘었고 영업손실은 144억원으로 31.8% 감소했다. 이 부문은 투명폴리이미드(CPI) 필름 생산 본격화에 향후 실적 개선 기대를 걸고 있다.
이웅열 회장 퇴임과 함께 이 회장 장남 이규호 전무를 최고운영책임자(COO)으로 맞은 패션부문은 매출 1조456억원, 영업이익 39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각각 4.7%, 17.2% 감소한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3.8%로 전년비 0.6%포인트 하락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해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원료가격이 안정 국면에 들어서고 제품 판매가격이 인상되면 생산설비 신증설 효과가 더해진다는 전제 아래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 한 해 동안 제조부문 실적의 발목을 잡았던 높은 원료가 추세가 점차 안정되고 있다"며 "작년 완공된 타이어코드, 에어백 쿠션, 스판본드, 에폭시수지, 종속회사 신증설 생산설비가 본 궤도에 오르고 패션부문의 온라인 판매가 확대돼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