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FNC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다. 한 때는 아웃도어 광풍에 힘입어 주력 사업(산업자재·화학부문)을 위협할 만큼 잘 나갔다. 그러나 경쟁 과열과 시장 침체의 파고를 넘지 못하면서 지금은 수년째 실적 악화를 거듭하고 있다.
코오롱FNC의 부진은 코오롱그룹의 후계 승계를 늦추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코오롱FNC의 수장이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후계자인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코오롱FNC 최고책임자·COO)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규호 체제 이후 코오롱FNC의 반기 이익이 100억원 대로 떨어지면서 일각에선 이 전무의 경영 능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코오롱FNC는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했다. 대표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가 아웃도어 열풍에 선전하면서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회사내 이익 비중도 무려 30%를 넘어서며 주력 사업인 산업자재와 화학부문에 버금가는 높은 수익성을 과시했다.
그러나 2013년 정점을 찍은 이후 코오롱 FNC의 실적은 서서히 나빠졌다. 경쟁 업체 증가로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아웃도어 열풍 마저 빠르게 식으면서 외형과 수익성이 동시에 위축됐다.
일각에선 코오롱FNC의 '고집'도 실적 악화를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다른 경쟁사들은 시장 침체에 맞서 타깃층을 기존 중장년층에서 젊은 세대로 넓히며 수익원을 점차 확대했다. 그러나 코오롱FNC는 줄곧 중장년층만 고집하며 시대의 흐름에 역행했다는 분석이다.
매장을 찾는 고객이 줄면서 2014년까지 250개에 달했던 매장수는 현재는 220개로 감소했다. 올 하반기 추가 폐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코오롱스포츠의 부진은 코오롱FNC의 실적 악화로 이어져 올 상반기 코오롱FNC의 순매출액은 476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4954억원) 대비 4%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17억원에서 158억원으로 30%가까이 줄었다. 2014년부터 시작된 하락세가 무려 5년째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월 코오롱FNC 수장에 오르며 '실적 개선'과 '경영 능력 입증'이라는 두 가지 성과를 내야하는 이규호 전무로서는 부담스런 상황이 됐다.
사실 이 전무 취임 이후 코오롱FNC에는 많은 변화가 일었다. 수익성 한계에 직면한 코오롱스포츠의 비중이 크게 줄어든 대신 젊은 감각이 많이 유입됐다.
'커먼마켓'이 대표적이다. 코오롱FNC의 커먼마켓은 패션 인플루언서((influencer·영량력 있는 개인)가 디자인과 판매를 맡고 코오롱FNC가 생산과 배송을 담당하는 새로운 패션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 전무는 이를 통해 '젊은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하고, 오프라인 일변도의 기존 유통 구조를 온라인 및 모바일로 재편하고자 했다. 아울러 지난 5월에는 코오롱FNC의 첫 자체 화장품 '엠퀴리'를 출시하며 신사업에도 손을 댔다.
그러나 이같은 변화의 노력에도 코오롱FNC의 실적은 좀체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반기 이익이 100억원 대로 떨어지면서 한 때 '아웃도어 TOP5'의 체면을 구겼다.
업계에선 코오롱FNC의 실적 개선세가 더딜수록 코오롱그룹의 후계 승계도 늦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버지인 이 전 회장이 작년 말 퇴진 의사를 밝히면서 이 전무의 경영 자질이 입증돼야 승계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이규호 체제의 초기 단계인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다만 이 전무가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사업적 변화가 향후 코오롱FNC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지가 후계 승계의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