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 2심 재판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자 절박한 호소문을 내놨다. 미·중 무역전쟁,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실적악화에 직면한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총수 부재 가능성이 부상하며 '퍼펙트 스톰'(심각한 위기)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삼성전자는 29일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행보는 이례적이란 평가다. 삼성전자는 그간 이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재판과 관련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 재판과 별건으로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만 '무리한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두 차례 낸 바 있다.
국정농단이란 전례없는 사건에 총수가 연루된 것으로 의혹이 제기되는 와중에 여론 등을 감안해 소극적 대응에 그쳤다.
삼성전자가 과거와 달리 공식 입장문을 낸 것은 전례없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서다. 글로벌 무역전쟁 격화,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인한 실적악화에 더해 오너 부재 위험성이 재차 부각되며 삼성 내부에선 "미래를 위한 투자까지 정체돼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재판이 진행되며 리더십 위기에 더해 내부 사기 등이 위축되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정 농단과 관련한 무수한 압수수색과 관계자 소환,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 수장들의 구속,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 관련 압수수색 과정에서 파생된 노조 수사 등으로 홍역을 치른 상황이다. 상황이 장기화되면 '위기 돌파를 위한 동력이 모이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까지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회를 달라'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더 악화되면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절박감에 반성과 재발 방지를 다짐하면서 '더 늦으면 안된다.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삼성은 최근 수년간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미래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준비에도 집중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며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상황 속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도움과 성원 부탁드린다"고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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