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또 다시 파업을 결의했다. 지난 9월 '상생경영'을 외치며 노사간 상생 선언문을 발표한 지 불과 3개월 만, 작년 임단협(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파업을 벌인 지 6개월 만이다. 자동차 산업의 부진 속에 같은 업계 현대·기아차 노조가 쟁의행위 없이 올해를 넘기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10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해 66.2%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전체 조합원 2059명중 1939명이 참여해 94.2%의 투표율을 보였다. 찬성 1363표, 반대 565표(27.4%), 무효 10표(0.5%)였다.
勞 "12% 인상" vs 使 "인상 불가"
다만 이번 파업에 대한 찬성률은 2010년 이후 쟁의행위 찬반 투표 결과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임단협 관련해 파업을 끝낸 지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파업 피로감이 남아 있고, 외부의 부정적 인식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노조는 지난 9월부터 사측과 2019년 임단협 교섭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노조가 주장한 기본급 12만원 인상 등 여러 조건에 노사간 이견이 있었다. 노조는 지난 6월 합의한 2018년 임단협에서도 기본급을 동결한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기본급을 올려야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2021년 이후 생산량 감소 우려를 들어 기본급 인상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달 28일로 교섭을 종료했고 이후 노조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부산지노위가 지난 9일 '조정중지' 결정을 내림에 따라 노조는 합법적 파업권을 얻었다. 르노삼성 노조는 이날 조합원 투표 결과를 토대로 대위원대회 등을 열어 파업 시기와 수위 등을 정할 방침이다.
다만 르노삼성 노조가 당장 파업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사측도 이번 쟁의행위 조정을 부산지노위가 아니라 중앙노동위원회가 처리해야 할 사안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파업이 부산공장에서뿐 아니라 전국 영업점에서 벌어질 사안인 만큼 중노위 소관이라는 이유에서다. 사측은 부산지노위 결정에 대한 효력 중지 가처분 신청도 걸었다.
현대차, 8년만 무파업 후 실리 노조 당선
르노삼성의 이 같은 상황은 국내 자동차업계 1·2위 기업인 현대·기아차가 무분규로 올해 임금협상을 마치려는 것과 대비된다.
르노삼성 노조가 파업을 가결한 날, 기아차 노사는 소하리공장에서 열린 16차 본교섭을 통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6개월여에 걸친 협상 끝에 무파업으로 잠정합의안를 이끌어낸 것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노사가 안팎으로 어려운 경영환경과 자동차산업의 구조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합의안 마련에는 최근 현대차 노조 선거에 중도·실리주의를 표방한 후보가 당선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잠정합의안 주요 내용은 ▲기본급 4만원(호봉승급 포함) 인상 ▲성과 및 격려금 150% + 320만원(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포함) 등이다. 노사는 사회공헌기금 30억원도 출연하기로 했다.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는 오는 12월13일 실시된다.
이에 앞서 현대차 노조는 지난 9월 임단협 과정에서 파업권을 확보했지만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경제도발, 자동차 산업 침체 등을 감안해 8년 만에 무분규로 임단협 합의를 수용했다. 이밖에 쌍용자동차 노사는 올해까지 10년 연속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GM의 경우 임협 결렬로 지난 9월 전면 파업을 벌였지만 이후 노조 선거 등을 이유로 교섭을 미뤄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