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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14주째 올라도…웃지 못하는 정유업계

  • 2021.03.04(목) 09:40

[워치전망대-이슈플러스]
휘발유가격 14주 연속↑…국제유가 코로나 전 회복
美·中, 경기부양책과 친환경 정책은 '빛과 어둠'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이 14주 연속 상승하고 국제유가도 완연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코로나19(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해 침체의 늪에 빠졌던 정유업계에 봄이 찾아올지 주목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연내 종식되진 않을 전망이고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에서는 정유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친환경 정책까지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조금은 나아지겠지만 석유사업으로 정면돌파하기보다는 화학, 윤활유, 전기차 배터리 등 우회도로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 국제유가·국내 휘발유 가격 오름세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ℓ)당 1473.3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1월 셋째 주부터 14주 연속 상승한 것이다. 국제유가가 꾸준히 상승한 영향이다.

실제로 두바이유는 3월 2일 현재 배럴당 61.4달러, 브렌트유는 62.7달러,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59.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1년 사이 코로나19 여파로 급락했던 것에서 크게 상승한 것이다. 두바이유는 작년 4월22일 13.5달러까지 떨어진 바 있고, 브렌트유는 같은 달 21일 19.3달러, WTI의 경우 10.0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WTI는 작년 1월부터 현재까지의 최고가를 지난달 25일 갈아치웠고, 두바이유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전 1월6일에 기록한 최고가인 69.65달러에 근접했다.

◇ 코로나 끝나도 친환경 정책 '발목'

기름값은 당분간 상승세가 예상된다. EIA(미국 에너지정보청)는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산유국)의 감산 완화와 리비아 생산 회복세 등으로 올 2분기 수급 균형에 접근하다가 하반기에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전망을 내놨다. 이에 따라 가격도 지속 상승할 것으로 봤다.

다만 이 같은 전망이 유효하려면 전제조건이 여럿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한 배경 중 하나는 미국에 몰아친 한파로 인해 석유제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 일시적 측면도 있기에 장기적 전망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선 코로나19가 점차 잠잠해져야 한다. 코로나 백신이 큰 문제 없이 널리 보급돼 부작용 없이 억제 효과를 보이는 한편,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종 바이러스도 무난하게 극복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국가 간 이동이 재개되고 항공유 수요도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백신 보급 속도 등을 보면 올해 안에 세계적인 집단면역체계가 형성돼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1일(현지시간) 연내 코로나 종식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아울러 중국과 미국 등 주요국에서 수요가 제대로 살아나야 한다. 여기엔 양국의 경기 부양책과 에너지 정책 영향이 어떤 수준일지가 관건이다. 중국의 경우 경기부양책이 지속되고 있으나 지난해 유가 폭락 때 대량의 재고가 증가해 수입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미국도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해 추가적인 부양책이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이 모이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은 석유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도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2022년까지 연장하는 정책을 작년 11월 확정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의 친환경 정책은 전기차 관련 업계에 희소식일 수 있으나 석유 수요에는 부정적이다.

◇ '우회도로 찾아라'

이런 까닭에 정유업계는 기름 자체보다는 이를 가공한 석유화학 제품이나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새로운 성장동력에 관심을 더욱 기울일 수밖에 없다. 정유사들의 대표적인 부업 격인 석유화학 부문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요가 더욱 급증한 분야이기도 하다. 배달 음식 포장재에 쓰이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이 대표적이다. PP는 마스크에도 쓰인다. 관련기사☞ 기름기 5조 빠진 정유업계, 반전 가능할까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며 "중국 춘절 이후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본격적인 '패닉 바잉'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변화된 생활패턴으로 인해 석유화학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났지만 석유화학제품 재고는 적은 상태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미국 한파 등이 겹치며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커져 석유화학제품의 초강세 사이클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전망은 각 회사의 석유화학 부문 실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S-Oil)의 경우 작년 정유 부문 적자가 1조6960억원에 달했는데, 석유화학은 18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부문의 폴리프로필렌(PP)은 자동차와 가전, 포장재의 수요가 견조했다"며 "전자상거래(e커머스) 이용과 배달음식 주문이 급증하면서 석유화학제품으로 만드는 포장재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배터리 사업의 작년 매출액이 1조6102억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조단위를 넘어선 바 있으나 수익성 제고까진 갈길이 멀다. 배터리 사업은 4265억원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주력인 석유사업도 2조2228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화학(-1212억원), 석유개발(-48억원)도 부진했다. 윤활유(2622억원)와 소재사업(1259억원)만 이익을 봤다.

본업에 충실해 정면 돌파를 도모하는 기업도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저렴한 초중질원유를 투입해 제품 생산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이 회사 초중질원유 투입 비중은 작년 기준 32.9%로 타사 평균 7.1% 대비 상당히 높다.

GS칼텍스의 경우 사업 구조를 보면 정유 사업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마땅한 대안이 엿보이지 않는다. 이 회사는 정유 사업에서 1조1829억원의 적자가 집중됐고 석유화학 부문도 영업이익 14억원에 그쳤다. 그나마 윤활유의 경우 2623억원의 이익을 내면서 전년 1050억원 대비 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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