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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때 쫙 빼고…이제, 수소 만나러 갑니다"

  • 2021.06.07(월) 17:29

정유 4사, 수소 사업 잇따라 추진
'탄소제로' 정책 부응하며 신사업 기회로

석유로 먹고사는 정유업계가 수소 사업 진출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탄소 제로' 시대가 다가오면서 온실가스를 쏟아내는 화석연료를 정제·가공하는 일로는 부가가치를 내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배경이다. 당장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한편, 한발 더 나아가 친환경 사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행보다.

야 너두? 수소산업!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S-Oil),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최근 들어 수소사업 진출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과 함께 수소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그룹 지주사인 SK㈜는 올해 초 앞으로 5년간 약 18조원을 투자해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수소산업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 SK E&S,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 등의 전문인력 20여명으로 '수소사업 추진단'을 신설하고 실행에 착수한 결과다.

이와 관련 SK㈜와 SK E&S는 8000억원씩 투자해 미국 수소 사업자 플러그파워(Plug Power) 지분 9.9%를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서기도 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 공정과 주유소 등 인프라를 활용해 SK그룹의 수소 사업의 한 축을 담당할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에너지는 지난 1월 말 경기 평택시에 있는 LPG충전소 부지에 1호 수소 충전소를 열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자사의 기존 인프라를 친환경 에너지 플랫폼으로 바꿔나간다는 구상이다.

GS칼텍스는 지난달 말 한국가스공사와 손잡고 액화수소 생산 및 공급 사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양사는 △액화수소 플랜트 △액화수소 충전소 △수소 추출설비 등을 구축하고, CCU(Carbon Capture & Utilization, 탄소 포집·활용) 기술 실증 및 상용화 부문에서도 협업할 예정이다.

액화수소 플랜트의 경우 2024년까지 완공해 연산 1만톤 규모로 가동할 방침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연산 1만톤은 수소 승용차 기준 약 8만대가 연간 사용 가능한 규모"라며 "앞으로 수도권과 중부권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수소 충전소 사업도 벌이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해 5월 현대자동차와 함께 서울 강동구에 수소 충전소를 열었다. 올해는 제주에도 충전소를 낼 예정이다. 또 버스·트럭 관련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정유업계가 만든 특수목적법인 코하이젠과 전남 여수, 경기 광주에 충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에쓰오일(S-Oil)도 지난 3월 에너지 기업 'FCI'의 지분 21%(82억원)를 확보하는 투자에 나서면서 수소 사업에 진출했다. FCI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특허를 40건가량 보유한 한국-사우디 합작기업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화학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로 수소경제에 핵심적인 장치다.

FCI는 2027년까지 최대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수소 사업도 벌일 계산이다. 에쓰-오일은 대주주 사우디 아람코와 협력해 수소 생산·유통 사업 등도 검토중이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한국남동발전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 추진을 검토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수소를 생산해 공급하고, 한국남동발전은 연료전지 발전소 운영 노하우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합작법인이 생산한 전기는 '수소발전의무화제도'에 따라 선정되는 의무 구매자에게 공급할 예정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정유업계, 작년 탄소 배출량, 3600만톤

정유 업계가 이처럼 수소 산업에 뛰어드는 배경 중 하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이는 친환경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다. 정유업계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업종으로 손꼽히고, 이에 따른 유무형의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S-Oil),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지난해 온실가스(이산화탄소 외에도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 여러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환산) 배출량은 무려 3612만톤에 달했다.

이는 전년 3695만톤 대비 2.2% 감소한 것이긴 하다. 하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탓에 매출이 급감하고 조 단위 적자가 속출했던 작년 정유업계 상황을 줄였보면 온실가스를 줄여냈다고 보기 어렵다. ▷관련기사 : 기름기 5조 빠진 정유업계, 반전 가능할까(2월10일)

게다가 대규모 탄소배출에 따른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7억910만톤 대비 24.4%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정부는 2025년 이전에 다시 감축 목표 상향을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유 산업은 석유화학·철강과 함께 탄소 배출량이 많은 업종으로 유명하다. 이에 따라 탄소 배출권 구매에 들어가는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 국내 탄소 배출권 거래 대금은 1조원이 넘었다. 제도 시행 첫해인 2015년 624억원(거래량 570만톤) 대비 16배나 증가한 것이다.

위기 대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산업에 도전해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40년까지 국내 수소연료전지 발전용량은 현재 650MW(메가와트)의 약 12배 수준인 8GW(기가와트)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연간 시장 규모는 약 7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2012년부터 설비용량 500MW 이상인 발전 사업자는 화력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규정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에 따른 전망이다. 아울러 수소발전의무화에 따라 2022년부터 전력 시장에서 수소연료전지로 생산한 전력의 일정량 구매 역시 의무화될 예정이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의 경우 정유, 화학, LPG 유통, 발전, 도시가스 자회사를 보유했는데, 플러그파워 인수를 통해 수소 사업 밸류체인을 완성했다"며 "수소 수요 전망도 상향될 것이라는 점에서 자회사들의 기업가치 상승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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