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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기름값 이렇게 올랐는데…정유사 왜?

  • 2021.04.06(화) 17:21

전국 휘발유 가격 19주 연속 상승
"세금·고정비용 탓에 고마진 오해"
정제마진 더 줄고 판매량도 회복 미흡

자동차에 기름 넣으려다가 깜짝 놀라신 분들 많죠? 생각보다 비싸졌어요.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이 19주 연속 상승하면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이전보다 오히려 비싸졌습니다. 

6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3월 보통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1513.3원으로 코로나가 터지기 전인 2019년 평균가 1472.4원보다 비싸졌습니다. 지난 2월 1463.2원으로 코로나 이전에 근접하더니 이번에 넘어선 것이죠. 심지어 2018년 1581.4원에 육박하는 수준이기도 합니다. 

봄철 여행객을 맞을 제주도의 휘발유 가격이 전국에서 가장 비싼데요. 무려 1622.9원이라고 합니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은 이처럼 예전보다 비싸진 탓에 당황스럽습니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S-Oil)·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회사들이 살아남으려 폭리를 취하는 것일까요? 

정유사들은 '오해'라며 그렇지는 않다고 호소합니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에 포함된 각종 세금과 비용을 제외하면 남길 여지가 별로 없다는 항변입니다. 게다가 세금은 고정적으로 잡히는 상수이지만, 원유가와 비용 등을 뺀 '정제마진'은 경우 코로나 이전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답니다. 사정이 나아지지 못했다는 얘기죠.

◇ 세금이 이렇게 많았어?

오피넷에 공개된 보통 휘발유 가격의 구조를 보면, 교통·에너지·안전세(교통세)가 529원, 교육세는 79.35원, 주행세의 경우 137.54원 등 745.89원의 세금이 붙습니다. 여기에 부가세 10%도 더해야 합니다. 부가세 10%를 제외하고 계산해도, 3월 보통 휘발유 가격 1513.3원을 기준으로 49% 정도가 세금인 셈입니다.

경유는 휘발유보다는 사정이 좀 낫습니다. 경유에 담긴 교통세는 375원, 교육세는 56.25원, 주행세는 97.5원으로 총 528.75원의 세금이 있습니다. 주유소에서 팔리는 경유 가격은 3월 현재 1312.6원으로 2019년 1340.5원을 아직 넘지 못했습니다.

세금뿐만 아니라 기름 파는 회사가 부담하는 비용과 기타 변수도 만만찮습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기세, 임대료, 인건비, 관리비뿐만 아니라 환율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사정이 이런 까닭에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높이 솟은 가격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정유사는 정유사대로 수익성에 대한 고민이 쌓인다고 합니다.

◇ 정유사들 남는 장사 가능할까

세금은 정부 영역이라고 치고, 정유사도 살아남아야 하죠. 남기는 돈이 있어야 지속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일단 원유 가격을 볼까요. 국내 유통되는 휘발유 가격은 싱가포르 현물 시장 제품에 연동됩니다.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이 국제유가도 3월 기준 배럴당 71.5달러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69.5달러를 넘었습니다.

그런데 정제마진은 3월 기준 배럴당 1.8달러로 2019년 월 기준 최고가였던 7.7달러에 크게 못미칩니다. 딱 2년 전인 3월 4.5달러와 비교해서도 여전히 부진한 상황입니다.

마진이 이렇게 낮으면 많이 팔기라도 해야할 텐데요.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이동이 제한되고 있어 여전히 사정은 여전히 어렵다고 합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선박, 항공용 수요도 꽤 있는데요. 팬데믹이 종료되지 않는다면 상당 기간 매출이 늘기도 쉽지 않겠죠.

◇ 서서히 '봄'

그래도 사정은 점점 나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1분기가 워낙 최악의 상황이었던 까닭에 적어도 기저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SK이노베이션(-2조5688억원)과 GS칼텍스(-9192억원), 에쓰오일(-1조877억원), 현대오일뱅크(-5933억원)의 작년 적자를 합하면 5조원에 달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아울러 백신 보급 등으로 전염병에 대한 공포감도 점점 개선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산유국)도 최근 열린 총회에서 유가 안정화를 택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에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OPEC+가 최근 5~7월 증산을 합의했고 사우디는 감산 규모 축소를 결정했다"며 "이런 상황은 국내 정유사의 수익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 그런데 소비자들이 주유소에서 체감할 자동차용 기름값은 계속 비싸지진 않을까, 걱정도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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