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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2위'로 밀린 메디톡스, 자존심 되찾을까

  • 2021.06.04(금) 09:42

대법원, 3개 제품 품목허가 취소 집행정지
판매재개 됐지만 매출 회복에 시간‧노력 필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국산 보툴리눔 톡신을 최초로 개발한 메디톡스 이야기다. 메디톡스는 미국 제약기업인 애브비(인수 전 앨러간)의 보톡스가 점령하고 있던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경쟁력 있는 가격과 품질로 단숨에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1위에 올랐고 수년간 자리를 지켜왔다. 

보툴리눔 톡신은 본래 동결건조 가루형태로 개발됐다. 대표 제품인 보톡스와 메디톡스가 개발한 메디톡신도 분말형이다. 분말형은 시술 전 식염수와 혼합해 액상형으로 만드는 데 1바이알(vial)로 2~3회 사용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오염 위험이 있다. 메디톡스는 이후 오염 위험을 줄인 액상형 제품인 '이노톡스‘와 내성 가능성을 줄인 '코어톡스'를 개발했다. 

그런 메디톡스가 위태로워진 건 과거 제조 및 품질자료 조작 혐의가 밝혀지면서다.(대웅제약과의 '나보타' 균주 출처 다툼은 메디톡스 제품군의 품목 허가취소와는 관련이 없다. 메디톡스가 국내 시장에서 위기를 맞게 된 직접적인 이유인 품목허가 취소에만 초점을 맞췄다.)

검찰은 메디톡스가 2015년 보툴리눔 톡신 제조에 무허가 원액을 사용하고 관련 정보를 조작해 승인받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관련 제품들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내렸다. 메디톡스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처분취소 청구소송을 통해 즉각 대응에 나섰다. 

대법원이 지난 4월 메디톡신과 코어톡스에 이어 최근 이노톡스에 대한 집행정지 인용 결정까지 확정하면서 3개 제품 모두 본안 소송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허가취소 처분 소식에 메디톡스의 매출은 2019년 2059억원에서 지난해 1408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한 번 신뢰를 잃으면 이를 다시 회복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메디톡스가 상대적으로 고가인 보톡스 제품을 누르고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1위를 탈환할 수 있었던 건 가장 먼저 가격경쟁력을 갖춘 국산 보툴리눔 톡신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대웅제약, 휴젤, 휴온스 등 다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다양한 가격대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내놓고 있고 메디톡스가 맞은 위기를 틈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메디톡스는 업계 1위에서 순식간에 2인자로 밀려났다. 이미 돌아선 병‧의원에서 다시 처방을 되찾아오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메디톡스 측은 매출 회복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식약처 처분이 제품 자체 문제로 인한 것이 아니었고 시장에서 제품 신뢰도는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며 "지난 3월 국가출하승인을 받고 다시 생산에 돌입한 만큼 매출도 곧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쌓아왔던 신뢰가 무너지면 회복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본안 소송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이전 신뢰를 빠르게 회복하겠지만 본안소송에는 수년이 소요된다. 국산 보툴리눔 톡신 시대를 열었던 메디톡스의 자존심 걸린 싸움은 이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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