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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가 남긴 '검은 액체'의 무한도전

  • 2021.06.13(일) 11:30

[테크따라잡기]
목재의 30% 차지하는 유기화합물 '리그닌'
제지공장 연료로 쓰는 펄프 흑액 주성분
코오롱인더, 접착수지로 개발해 첫 상용화

종이는 나무로 만들죠. 발효한 목재를 삶고 씻고 화학처리하고, 또 표백하고 펴 말리면 종이의 원료인 펄프가 나와요. 딱딱한 나무에서 종이 성분(섬유소, 셀룰로오스)이 빠져나가면 나머지는 어떻게 될까요? 시꺼먼 폐액이 엄청나게 남는대요.

이 폐액은 펄프 제조 때 투입된 무기물과 목재에서 나온 유기물이 매우 진하게 섞여 있어 암갈색을 띄는 액체예요. 이걸 흑액(黑液, black liquor)이라고 해요. 마치 나무에서 짜낸 원유 같은 액체죠. 수억년 전 지구 위 나무들이 땅속에서 석유가 된 것처럼 공장에서 흑액이 만들어진 거죠.

펄프를 생산하고 남은 흑액으로 한 연구원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흑액은 우리나라에서만 하루 평균 1200톤(t)이 발생한대요(2017년 국립산림과학원 기준). 전 세계적으로 연간 60억톤가량이나 발생하고 있고요. 하지만 대부분 제지공장의 자체 설비 운전을 위한 발전연료로 쓰이는 정도가 상업적으로는 전부래요.

이 흑액의 주성분이 리그닌(lignin)이라는 유기화합물질(organic polymer)이에요. 네, 맞아요. 오늘의 주인공. 쉽게 썩지 않고 단단하기 때문에 목재나 나무 껍질의 세포벽 형성에 매우 중요한 성분이래요. 목재에서 30%안팎 차지한대요. 

다시 말하면 나무를 우뚝 서게 하고, 또 쉽게 부러지지 않게하는, 그러니까 나무에 목질(木質, woody)의 느낌을 주는 게 바로 리그닌이죠. 그 이름도 나무를 뜻하는 라틴어 'lignum'에서 유래했다고 해요.

그루트의 주성분도 리그닌?/이미지= 마블 홈페이지 그루트 프로필 발췌

이런 리그닌을 화학적으로 가공해 석유처럼 여러 용도로 쓰려는 시도가 많아요. 바이오연료, 바이오플라스틱 등이죠.

작년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소속 연구진이 리그닌에 수첨분해 기술을 동원해 항공유로 쓸 수 있을 정도의 고급 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초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고요. 재작년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리그닌을 고부가가치 화합물로 바꿀 수 있는 광-전기-생물촉매 시스템을 개발,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었어요. 

리그닌 폐기물 재활용을 통한 항공유 생산 기술 모식도/자료=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그러나 아직까지 리그닌이 연료 외에 사용되고 있는 비중은 2%에 그친대요. 리그닌 분자구조가 기본적으로 불규칙하고 또 응집력이 강해 다른 물질과 잘 섞이지 않는 한계가 있어서라네요.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화학섬유기업인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이 리그닌을 친환경 접착용 수지로 개발해 특허를 출원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제품으로 만들어 팔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어요. 

코오롱은 지금은 콘크리트의 성능을 높이는 혼화제(混和劑) 정도로 쓰이는 리그닌이 석유화학 원료와 견줄 때 생산 공정상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있고, 페놀 같은 유독성 원료들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원료로 성장할 가능성 크다는 것에 착안했대요. 그러고는 2년여의 실험 끝에 개발에 성공했다고 해요.

식물 세포벽에 존재하는 리그닌/자료=한국식물학회 제공

다른 물질과 쉽게 섞이지 않는 화학적 결합의 어려움은 기존 페놀 수지 생산 노하우를 적용해 개발했다고 하는데요. 이 회사가 주력인 화학분야에서 페놀뿐 아니라 석유·에폭시 등 수지생산 업력을 쌓아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듯해요.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앞으로 경북 김천2공장의 기존 수지 설비를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래요. 

이 사업을 담당하는 이상민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업6본부장은 "리그닌 수지가 접착력과 내열성 등에서 기존 석유계 원료로 생산된 수지의 물성까지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꼽았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다양한 소재의 산업용 접착제 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고 하네요. 특히 버려지는 소재를 원료로 활용하기 때문에 가격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 받는대요.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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