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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뜨자 가라앉은 조선…삼성중 4379억 적자

  • 2021.08.02(월) 16:55

[워치전망대]
후판 가격 상승에 조선 울고 철강 웃고
철강 '고점, 조선 '저점'…전망은 엇갈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지난 2분기 성적표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강재 가격 인상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철강업계와 달리 조선업계는 주요 원자재인 후판(선박용 철판) 값이 오르자 대규모 적자에 빠졌다. '무겁고 두껍고 길고 큰' 것을 뜻하는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의 물고 물리는 산업 생태계를 엿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공사손실충당금 뭐길래…조선 어닝쇼크

최근 삼성중공업은 지난 2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437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손실은 2017년 3분기 이후 15개 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2분기 매출은 1조715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 늘었지만 '적자 늪'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시장의 영업손실 전망치는 1377억원(신한금융투자) 수준이었다.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밑돈 이유는 원자재 가격 인상에 대비해 미리 쌓은 공사손실충당금 탓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분기 공사손실충당금으로 3720억원을 반영했다. 

공사손실충당금(공사손실충당부채)은 향후 공사로 인한 손실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경우 예상손실을 회계상에 미리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공사손실충당금이 손익을 갉아 먹지만 당장 현금이 유출되는 것은 아니다. 향후 실제 손실이 발생하지 않거나 예상보다 손실 규모가 작을 경우 충당금은 다시 이익으로 환입될 수도 있다.

현재 철강사와 조선사는 후판 가격을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아직 협상이 끝나지 않았는데 공사손실충당금을 반영했다는 것은 후판 가격 인상이 거의 확정적이라는 의미다. 보통 선박의 원가 중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18%가량이다. 지난해 톤당 60만원대에 거래되던 후판 가격은 올해 들어 120만원대까지 상승한 상황이다. 조선업계가 2배로 뛴 후판 대금 비용을 향후 부담분까지 회계에 반영한 것이다.

지난달 22일 실적을 발표한 한국조선해양도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을 선반영하면서 영업이익이 적자전환됐다. 한국조선해양이 지난 2분기 강재 가격 인상 전망에 따라 미리 반영한 조선부문 공사손실충당금은 8960억원에 이른다. 이 탓에 한국조선해양의 영업손실은 8973억원으로 적자전환됐다. ▷관력기사: '어닝 쇼크' 한국조선해양, 후판에 뒤통수(7월22일)

조선업계가 후판 가격 인상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미리 반영한 만큼 올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잠재 부실을 털어내는 일종의 빅배스(Big Bath)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지난 2분기 조선업계가 보수적으로 공사손실충당금을 반영한 만큼 후판 가격 인상으로 인한 손실이 크게 불거질 우려는 적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송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추가적인 후판 가격 상승이 없다면 상반기와 같은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 인식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조선업계 수주 속도도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7월까지 올해 수주 목표의 74%(67억달러)를 채웠다. 한국조선해양은 올 상반기에만 140억달러를 수주하며 연초 세운 조선·해양부문 목표(149억달러)를 조기 달성했다. 빅배스와 수주 릴레이 등으로 올 하반기 이후 실적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철강은 '역대 최대'… 고점 찍었나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어닝 쇼크에 빠진 조선업계 상황과 달리 철강업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분기 포스코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조201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194% 급증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도입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2조원을 넘겼다. 이 기간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5453억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관련기사: 두드릴수록 단단…포스코는 10년전처럼 부활했다(7월13일)

실적 잔치가 벌어진 철강업계엔 피크아웃(Peak out·실적 정점 통과) 우려도 나오고 있다. 빅배스를 통해 바닥을 찍었다는 조선업계 분위기와 정반대 상황인 것이다.

당장 오는 3분기 철강업계의 실적이 내리막을 걷진 않을 가능성이 크다. 조선사가 후판 가격 인상에 대비해 공사손실충당금을 쌓았다는 것은 철강사가 올 하반기에 이익을 더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후판 가격이 안정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경우 예상 이상의 실적은 이미 수주를 확보한 조선업계에서 나올 수 있다. 조선과 철강의 입장이 뒤바뀔 수 있는 셈이다.

후판 가격 인상에 따라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을 반영한 조선업계는 선박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HMM 등 해운업계는 신규 발주 부담이 커지게 된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신조선가(선박을 새로 건조하는 가격)가 9% 이상은 상승해야 강재가격 인상부담을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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