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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닝 쇼크' 한국조선해양, 후판에 뒤통수

  • 2021.07.22(목) 10:51

[워치전망대]9000억원 적자 배경
후판 가격 뛴데다, 저가수주 부담까지
"2년반치 일감 확보…하반기 흑자전환"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부문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지난 2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 적자를 딛고 흑자 전환에 성공한 지난 1분기 이후, 다시 적자다. 선박 제조 원가의 약 20%를 차지하는 후판(선박용으로 사용되는 두께 6㎜ 이상의 철판) 가격 상승이 가장 큰 부담이었다. 중국과의 출혈경쟁으로 싸게 수주했던 1~2년 전 일감이 매츨에 반영된 것도 악영향을 끼쳤다.

20% 오른 후판 가격 ,더 오른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1일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3조797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동기 대비 3.3% 감소했지만 지난 분기 기준으론 3.2% 증가했다. 수익성 내실은 악화했다. 이 기간 영업손실은 897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영업이익률은 -23.6%다.

이번 2분기 실적은 말 그대로 '어닝 쇼크'다. 시장에선 한국조선해양의 영업이익이 이번 분기에 다시 적자로 전환할 것은 예상했다. 하지만 골이 더 깊었다. 시장에서 전망한 올 2분기 한국조선해양 영업손실은 1900억원대 수준이었다.

어닝쇼크 직접적 원인은 최근 가격이 치솟고 있는 후판에 있다. 최근 후판가격은 20%가량 올랐고 현재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하반기 가격도 큰 폭의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올 하반기 후판 가격을 두고 포스코와 협상 중"이라며 "포스코 측에서 톤(t)당 115만원 가량을 제시하고 있는데 최소 100만원은 넘을 것이라 본다"고 전했다. 올 상반기 후판 가격은 1톤당 80만원 선에서 거래됐었다.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급등하고 있는 후판 가격을 2분기 실적에 선(先)반영하면서 적자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후판 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2분기에 미리 반영했다"며 "보수적으로 반영한 결과, 영업손실이 커졌다"고 전했다.

1~2년 전 저가 수주한 물량이 올 2분기 매츨에 반영된 것도 부담이었다. 2019년과 2020년은 조선업계가 극심한 불황을 겪을 때다. 이 관계자는 "2년 전은 중국과의 수주 경쟁이 과열됐을 때로 저가로라도 선박을 수주하려 했던 때"라며 "저가 수주는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2년전 수주가 현재 실적에 반영되는 것은 조선업계의 '헤비테일(Heavy-tail)' 계약 방식때문이다. 이 방식은 초기 선수금을 적게 받고 선박건조 후반기나 인도 시점에 대금을 나눠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수주에서 건조까지 1년6개월에서 2년정도 소요되는데, 이 기간동안 수주 금액을 통상 5번에 나눠서 받는다"며 "처음에 가장 적게 받고 인도 시점에 가장 많이 받는데 그 기간마다 나눠 회계에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올 3분기는 흑자"

/사진=한국조선해양 제공

한국조선해양은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실적이 개선돼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선가가 상승세인 것도 고무적이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신조선가(선박을 새로 건조하는 가격)지수는 141.16을 기록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계 최고점이었던 140포인트(2014년)를 넘어선 기록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올 상반기 수주성적도 괜찮았다. 글로벌 경기가 빠르게 회복해 물동량이 늘어나 선박 발주도 크게 늘면서다. 한국조선해양은 올 상반기에만 선박 160척, 해양플랜트 2기를 수주하며 총 140억달러(한화 16조1140억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만 연간 목표 수주액(149억달러)의 94%를 채운 것이다.

앞으로 당분간은 선박 수주 호조가 계속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약 2년 6개월치 물량을 확보한 상태"라며 "환율에 큰 변동이 없다면 다음 분기부터는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환경 선박 등 수익성이 높은 선박을 수주하고 지속적으로 선박 기술을 차별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후판 가격은 내년 상반기까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후판 가격은 내년 상반기를 고점으로 잡았다"며 "그 이후엔 천천히 내려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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