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난 속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서로 엇갈린 판매 성적표를 받았다. 현대차그룹 두 '형제' 회사의 올해 1~7월 차 판매를 최근 5년간 실적과 비교한 결과다. 기아는 최근 5년 중 올해 판매량이 가장 많은 반면 현대차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직격탄을 맞았던 작년을 제외하곤 가장 적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기아 1~7월 판매 '5년래 최대'
지난달 현대차의 자동차 판매량은 31만대로 전월 대비 13.1% 감소했다. 이는 올해 월간 판매량 중 두 번째로 낮은 판매량이다. 지난 2월 판매(30만대)가 가장 저조했지만, 판매일수가 적은 2월이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지난달 기록이 최저점인 셈이다.
이 기간 기아의 판매는 24만대로 전월보다 5% 감소하는 데 그쳤다. 기아는 선방한 배경이 향상된 상품 경쟁력에 있다고 자평한다. 지난달 열린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주우정 부사장(재경본부장)은 "반도체 부족이나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어려움은 있지만 이 부분을 상쇄할 수 있는 돌파력을 기아가 갖추고 있다"며 "기아가 어떤 요인에 의해 왔다 갔다 영향받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기아가 어느 정도 지속성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판매 성적을 비교해봐도 형보다 아우가 선전하고 있다. 기아의 지난 1~7월 판매량은 169만대로 전년동기대비 21.5% 증가했다. 최근 5년간 같은 기간 판매 기록 중 가장 많은 실적이다. 이 기간 기아의 판매를 보면 2017년 155만대에서 2018년 162만대로 상승했다가 2019년 158만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 139만대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계속되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차 반도체 수급난에 대처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성공한 것이다.
현대차의 상황은 다르다. 현대차의 올 1~7월 누계판매량은 234만대로 전년동기대비 21.6% 증가했다. 하지만 비교 범위를 넓혀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5년간 현대차의 1~7월 판매량은 2017년 253만대, 2018년 259만대, 2019년 248만대, 2020년 192만대 등이었다. 코로나19로 판매량이 저조했던 작년을 제외하곤 올해 성적이 가장 저조했다.
신차로 돌파
반도체 수급난은 3분기에 더 심화할 수 있다. 지난 5~6월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물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다. 재고가 없어 차를 못 파는 상황이 깊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로 기대했던 반도체 수급 안정이 늦어지는 건 사실"이라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 상황이 짧게는 2~3개월, 장기적으론 내년 초까지 계속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신차 출시를 통해 이 위기를 돌파하겠단 전략이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 제네시스의 첫 전용 전기차 GV60(프로젝트명 JW), 산타페 크루즈 등 신차를 시장에 내놓을 전망이다. 기아는 지난달 20일 신형 준중형 RV 모델인 스포티지를 출시한 데 이어 첫 전기차 모델인 EV6도 지난 2일 출시했다.
다만 반도체 수급난은 내년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열린 현대차 컨퍼런스콜에서 서강현 부사장(재경본부장)은 "지난 5~6월 생산 차질 여파로 현지 재고 감소에 따른 판매 감소가 3분기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도 "반도체는 연간 발주를 추진하고 있는데 내년 연간 발주는 이미 완료했다"고 설명했다.